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해 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가운데 윤 지청장에 대한 진상 조사가 감찰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검은 "윤 지청장이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등 절차를 무시하고 2차장 검사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주거지 등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며 "중요사건에 대한 지시 불이행과 보고절차 누락 등 중대한 법령위반과 검찰내부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 한 책임을 물어 윤 지청장에게 이 사건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즉시 보고하도록 특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5만건이 넘게 여론공작을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했고, 지난 17일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체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부인 이진한 2차장 검사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후 수사팀은 18일 직원들이 트위터에서도 5만5천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게시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게 돼 있고, 검찰보고사무규칙에도 공안사건을 비롯해 사회의 이목을 끄는 중대한 사건 등에 대해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무보고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검은 우선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윤 지청장이 이진한 2차장검사 등 결재라인 보고 없이 영장 신청과 집행을 한 경위를 파악한 뒤, 윤 지청장에 대한 정식 감찰을 진행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영곤 중앙지검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진상을 확인하는 절차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후속 조치가 윤 지청장에 대한 감찰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런 것(감찰 착수 여부)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수사에서 배제하고 나서 감찰이든 뭐든 필요하면 다 해야 할 것"이라며 진상 조사 직후 윤 지청장에 대한 감찰 착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대검이 문제 삼고 있는 '윤 지청장의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위반'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윤 지청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될 경우 '정권에 부담을 주는 국정원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팀장을 경질함으로써 검찰 지휘부가 수사의 동력을 떨어트리려고 하고 있다'는 역풍이 일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이진한 2차장 검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적어도 차장검사 이상(의 지휘·결재가 필요한) 사건"이라며 "영장 신청 및 집행과 관련해 수사팀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윤 지청장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검찰청법 등에서는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과 함께 "검사가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있다.
그래서 윤 지청장의 행위에 대해 수사팀장직 경질을 넘어서 감찰 착수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검사는 "부장검사 전결로 영장 신청과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주요사건의 경우 영장과 관련해 수사팀이 대검과 법무부에 알려 의견을 나누긴 하지만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불러서 경고하는 경우는 있어도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