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왼쪽)가 부상 재활과 올림픽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올 시즌 그랑프리 출전을 포기한 가운데 올 시즌 첫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일본 아사다 마오.(자료사진=송은석 기자)
일본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23)가 올 시즌 첫 그랑프리 대회 정상에 올랐다. 엉덩방아를 찧고도 차지한 우승이다.
아사다는 21일(한국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37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73.18점까지 합계 204.55점을 찍었다. 193.81점의 애슐리 와그너(미국)와 183.95점의 엘레나 라디오노바(러시아)를 넉넉하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사다의 204.55점은 개인 세 번째로 높은 점수다. 아사다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05.50점의 개인 최고점을 냈고, 지난 2월 4대륙 대회에서 두 번째 기록인 205.45점을 낸 바 있다. 올림픽 시즌의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은 셈이다.
특히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는 김연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아사다가 단연 돋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당초 두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가 달라 맞대결을 펼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김연아가 나섰다면 점수와 대회 성적 등 아사다와 간접 비교는 가능했고, 상위권 선수들이 나서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맞대결도 이뤄질 수 있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18.31점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뒤 부상 재활과 내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그랑프리 출전을 포기했다. 태릉에서 재활에 힘쓰며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들이 나왔음에도 정상에 올랐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 뒤 착지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아사다는 트리플 러츠에서 잘못된 날을 사용한 '롱 에지' 판정을 받았다.
이후 트리플 플립-더블 루프-더블-루프 연속 점프에서 더블 루프가 모두 회전수 부족 판정이 내려졌다. 기술점수(TES)가 62.83점에 그쳤지만 예술점수(PCS)에서 69.54점을 얻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시즌 초반부터 전미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와그너에 10점 차 넉넉한 우승이다. 모든 선수들이 초점을 내년 2월 올림픽에 맞추는 점을 감안하면 아사다의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홈인 일본 밖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아사다가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올림픽에는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18)를 비롯해 홈 이점을 안은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7),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5) 등 신예들도 경계 대상이다. 그러나 일단 아사다가 그랑프리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예전 김연아 라이벌로서 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
아사다는 다음 달 8일부터 홈 그라운드인 일본 도쿄 그랑프리 4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다시금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연아로서는 훈련에 더 매진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