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 (사진 제공=KBL)
원주 동부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실에 입장한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과 함지훈은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울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겨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으면 선수들은 잘 웃지 않는다.
양동근은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스스로 느낀다. 이겨서 좋은 건 잠깐이다. 이겨도 경기 내용이 좋아야 한다. 10개 구단 모두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모비스는 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동부와의 홈경기에서 82-70으로 승리했다. 전반까지 여유있게 앞서가다 3쿼터 들어 역전을 허용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유재학 감독은 두자릿수 점수차 리드를 날린 3쿼터 경기 내용에 대해 당연히 불만이 많았다. 방심이 자칫 화를 부를 뻔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있었다. 모비스는 올 시즌 개막 4연승을 달리다가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안양 KGC인삼공사와 인천 전자랜드에게 일격을 맞았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이 이긴다고 생각하니까 수비도 안하고 리바운드도 안하고 심지어 백코트도 안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유재학 감독이 더 당혹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그 다음 선수들의 반응이다.
유재학 감독은 "승부가 뒤집어지니까 선수들이 그제서야 뭔가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진 경기가 KGC와 전자랜드전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나보다. 뒤집어져야 죽기살기로 뛴다. 오늘 로드 벤슨도 설렁설렁 하다가 자기도 안되겠으니까 열심히 뛰더라"며 웃었다.
항상 집중력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사령탑의 마음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춘추전국시대에 가깝기에 더욱 그렇다. 1라운드를 6승3패로 마친 유재학 감독이 내린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