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라고 불렸던 박주영은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의 후반을 온전히 벤치에서만 보내고 있다.(노컷뉴스 자료사진)
이제 선택권은 다시 박주영(28.아스널)에게 넘어갔다. 월드컵 출전을 위한 ‘꿈의 클럽’ 아스널과의 이별, 혹은 자존심을 위한 잔류. 선택은 단순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10월 세계랭킹에서 7위에 오른 스위스, 19위 러시아와 차례로 친선경기를 앞둔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시 한 번 박주영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현재 활약하는 공격수 가운데 가장 풍부한 경험과 기량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소속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불안한 입지가 걸림돌이었다.
브라질, 말리와의 친선경기를 앞둔 지난 달에도 마찬가지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 위건 애슬래틱의 러브콜을 받은 박주영에게 공개적으로 임대 이적을 권유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끝내 아스널에 잔류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컵대회에서 1년7개월여만에 아스널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며 분위기 전환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지난 2011년 8월 여름이적시장에서 AS모나코(프랑스)를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클럽 아스널에 입단한 박주영은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클럽에 오게 돼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면서 “유럽에서 뛰는 마지막 클럽이 아스널이어서 기쁘다. 아스널에서 뛸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 급히 부름을 받았던 박주영은 끝내 아스널에서 중용되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에서 임대생활을 해야 했다. 아스널 입단 당시 발목을 잡았던 병역 문제도 해결됐고, 이제 남은 것은 명예회복뿐이다.
박주영은 자신이 꿈꿔왔던 아스널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아직 박주영은 20대 후반이다.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려야 할 나이에 벤치만 달구고 있는 것은 선수 본인은 물론, 한국 축구에게도 크나큰 낭비다.
박주영에게 ‘드림팀’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아스널이 아닌 새로운 클럽에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바라고 있다. 아니 모든 축구팬은 박주영이 ‘악몽’에서 깨어나길 바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과거 박주영의 경기력을 기억하고 있는 지도자와 팀들이 여전히 그의 활용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중동 등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이 이를 분명하게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