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고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합의문 초안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위키리크스는 최근 TPP의 비밀 합의문 초안 가운데 지적재산권에 대한 부분을 입수했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3만자 분량인 지적재산권 부분은 의약품 분야 등에 대한 특허 만료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특허 자격 기준은 다소 완화하기로 했다. 또 해커들이 저작권을 위반한 경우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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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나 정부 산하 기관, 정부와 계약한 기관 등이 법의 집행, 정보 수집, 보안 등 공적인 이유로 저작권을 위반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미국이 전세계의 지적재산권, 나아가 전세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TPP가 합의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개인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신이 읽고 쓰고 출판하고 생각하고 듣고 춤추고 노래하고 발명할 때와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먹을 때, 그리고 지금 아프거나 앞으로 아플 때에도, 그런 모든 것이 TPP의 범위 안에 들게 된다"고 빗대며 TPP의 전방위 파급력을 예측했다.
TPP 반대운동을 하는 '미래를위한투쟁'(Fight For Future)이란 단체의 에반 그리어 매니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미국 정부가 왜 TPP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과 같은 강력하면서도 극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결국 온라인에서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할리우드나 대형 제약회사에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온라인에서 TPP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고, 이미 10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TPP 협상은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협상안 전문을 빼내면 7만 달러(약 7천400만원)를 주겠다고 위키리크스에 밝혔을 만큼 극도의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흐름에다가 미국 내 TPP 반대 여론이 겹치자 미 정부의 TPP 연내 체결 목표 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 하원의원 151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부와 의회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편지를 보냈고, 일부 상·하원의원들은 TPP 참가국이 부당하게 환율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TPP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TPP 협상에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27조 달러로 전세계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TPP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