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고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할 수 있다는 암시적 발언을 해 모스크바 정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태의 화근은 푸틴 대통령이 탈세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데 대해 메드베데프 총리가 법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푸틴 대통령은 14일 경제·사회 문제 정부 자문기구인 '전략제의청' 회의에 참석해 투자 환경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던 도중 세르게이 카티린 상공회의소 소장으로부터 탈세자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요청받았다.
카티린 소장은 "사법 당국에 탈세 사건 기소권을 되돌려 주는 법률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 법안이 기업인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공직자들도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개인적 견해를 요청했다.
카티린 소장이 언급한 공직자는 메드베데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정부 내에선) 모든 문제를 내각이나 대통령 행정실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토론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며 "누군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면 쿠드린이 그랬던 것처럼 (공직에서 물러나) 전문가 그룹에서 활동하며 정부와 협력하면 될 것"이라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쿠드린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 밑에서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1년 9월 국가 예산 집행 문제 등을 두고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 사이 베트남과 한국을 방문하느라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법률 개정 문제에 대해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제출한 법안에 반대 발언을 한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할 수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사법 당국이 세무 당국의 조사나 승인 절차 없이 탈세범을 독자적으로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2011년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폐지됐던 사법 당국의 탈세범 독자 기소권을 되살리려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의회 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와 관련 메드베데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지난 12일 이 법안 채택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