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는 울산 시절 자신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의 영광을 맛 본 김신욱의 대표팀 가세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근호(상주)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출전에 한 걸음 다가섰다.
홍명보호가 11월 상대한 스위스, 러시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강호다. 스위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7위, 러시아는 19위로 56위에 그치고 있는 한국에 비하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을 앞서는 팀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홍명보호는 1승1무를 거뒀다.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아무리 강 팀으 상대로 한 경기라고 할지라도 패배보다는 승리를 원하는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지만 유럽 최고 수준의 팀들을 상대로 한 이 결과는 분명 고무적이다.
특히 11월의 유럽 2연전이 의미가 큰 이유는 지난 6월 홍명보 감독 부임 후 줄곧 골치를 썩였던 최전방 원톱 공격수의 유력 후보를 찾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호 1기’에 소집됐지만 크게 신임받지 못했던 김신욱(울산)이 2경기서 모두 맹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홍명보호의 11월은 말 그대로 김신욱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김신욱은 2경기 모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그 동안 같은 포지션에서 경기했던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2m에 육박하는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의 우위는 물론, 발 기술도 좋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는 골까지 넣었다. 체격조건이 좋은 유럽의 수비수들도 김신욱을 혼자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4개월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김신욱의 활용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단짝 손흥민(레버쿠젠)이 유력한 파트너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신욱의 가세에 반사효과를 얻는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울산 현대에서 파트너로 활약하며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이근호다. 오랜 호흡을 맞춘 덕에 김신욱의 패스는 이근호가 위치한 곳으로 정확하게 배달됐다. 그뿐 아니라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히며 수 차례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었다. 결국 스위스전에서 김보경(카디프시티)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던 이근호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해 김신욱과 공격을 지휘했다.
그 동안 이근호는 대표팀에서 언제나 ‘조커’ 역할에 그쳤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본선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본선을 앞두고 컨디션 저하로 인해 아쉽게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