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답게 더 노력해서 더 큰 선수가 되겠습니다."
한 달 전 프로 골퍼로 전향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가 꿈에 그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 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장에서 시즌 최종전으로 치러지는 CME그룹타이틀홀더스가 겁없는 '천재소녀'의 데뷔전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기자와 만난 16세 소녀의 표정과 행동에선 긴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와 곧잘 비교되는 타이거 우즈(38.미국)와 미셸 위(24.미국)가 프로 데뷔전에서 쓴맛을 봤지만 "그런 것은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우즈는 1996년 9월 밀워키오픈에서 공동 60위를 기록했고 미셸 위는 2005년 10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됐다.
미국 여자골프의 꿈나무라는 렉시 톰프슨(18)은 2010년 6월 숍라이트클래식에서 컷 탈락했다.
선배 신동들이 데뷔무대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지만 리디아 고는 "내 게임을 하겠다. 한 샷 한 샷 침착하게 하려고 한다"며 "15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우상인 미셸 위와 1라운드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심정을 묻자 "미셸 언니와는 이전에 몇 번 쳤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어넘겼다.
데뷔전 성적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후원업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미셸 위는 2005년 프로로 전향할 때 나이키와 스폰서십을 맺으면서 계약금으로만 1천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LPGA 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 아마추어 성적으로 따진다면 미셸 위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지만 국적 등 기량 외에 다른 요소 때문에 '잭폿'이 터질 것으로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적 문제와 관련해 리디아 고는 "내겐 뉴질랜드에서의 기억이 한국보다 훨씬 더 많다"며 "내 생각엔 뉴질랜드로 계속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해 '국민 골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