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에 대해 대통령부터 총리, 여당 대표까지 정부여당이 한꺼번에 총공세에 나섰다.
박 신부의 발언 중 연평도 내용만 부각함으로써 트윗글 120여만건에서 드러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사건을 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내외에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나온 박 신부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박 신부를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종교에는 국경이 없으나 종교인에게는 조국이 있다”며 “(박 신부의) 강론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하고 사제복은 눈을 의심케 한다”고 거들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1975년 한 천주교 신부가 남베트남 티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 두 달 뒤 사임하자 베트남이 패망했다"며 "베트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정청이 한꺼번에 성토하고 나서자 정부여당이 대선개입 사건을 묻을 만한 호재로 활용하기 위해 박 신부의 발언 중 연평도만 집중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실제로 황우여 대표는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신야권연대를 결속한 만큼 이들 활동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고 민주당과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니 박 신부의 연평도 발언을 야권 전체의 의견으로 몰아붙이는 논리이다.
때문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북의 연평도 포격은 용납될 수 없는 도발이었다. 국가안보 관한 한 민주당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은 분명히 해둔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이 지난주 국정원의 대선개입 트윗글 120여만건을 확인하고 공소장변경신청을 냈다는 점에서 당정청의 공세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있다.
당초 검찰은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할 때 국정원이 작성한 대선 관련 글은 73건이라고 밝혔으나 추가수사를 통해 지난주에는 급기야 트윗글 120여만건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사실대로 밝혀졌다면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바꿨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등 정부여당으로서는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말꼬리 잡아 본질을 흐리지 말고 종북신부로 몰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짓 말라”며 “이들이 묻는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박 신부가 지난 22일 강론에서 한 발언을 보면 일부 확인되지 않는 주장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이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자료사진)
박 신부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제의 연평도 발언과 관련해 “잘 쐈다는 얘기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강론)주제는 18대 대선이 국정원과 정부의 모든 기관이 합작해, 정치중립을 지켜야 할 단체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대선에 개입했기 때문에 부정선거이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비교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신속한 대응은 국론분열을 통한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드러난지 거의 1년이 되도록 “모르는 일이다”,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야가 합의하라”거나 또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며 박 신부의 발언 때와는 달리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 새누리당은 의도된 과민반응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연평도 발언이나 정권퇴진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사제들과 싸우고 갈등을 증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