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중단에 항의하는 우크라이나 야권의 시위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를 동원하며 전면적 반정부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1일(현지시간)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되는 인파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AFP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을 탄생시킨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야권은 밝혔다.
시위대는 푸른색의 EU 깃발을 들고 '혁명'과 '폭력배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키예프 중심가의 독립광장으로 행진했으며, 화염병을 던지고 투석전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독립광장은 앞서 우크라이나 법원이 집회금지 명령을 내린 곳이다.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불도저를 몰고 접근해 온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충돌로 경찰 약 100명과 시위대 수십 명이 다쳤다. 일부 언론인도 취재 도중 경찰에게 맞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 야당인 자유당(스보보다) 당원 수십 명은 비어 있던 키예프 시청 건물을 점거하고 '혁명 본부'라고 적힌 현수막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다.
자유당의 올레흐 탸흐니보크 당수는 "독립광장에 농성장을 세우고 전국적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한 유리 루첸코 전 내무장관도 "이제 더는 시위가 아니라 혁명"이라며 "오늘은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장례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991년 국민투표를 통해 구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정한 날이다.
일부 시위대는 구소련을 세운 사회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넘어뜨리려다 경찰과 부딪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시(市)에서도 이날 5만 명이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세르히 료보츠킨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으나 당국은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