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유수지 뒤로 목동 중심축 상가가 보인다.
정부가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없이 행복주택사업을 밀어붙이자 행복주택지구 주민들도 연대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전국 최고의 인구밀집지역이면서 최악의 교통난을 겪고 있는 목동지구는 사업타당성까지 낮아 주민 뿐아니라 관할행정구역도 행복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8.28부동산대책 보완책을 발표하면서 행복주택 규모를 14만 가구로 줄이고 주민의견도 더 철저히 수렴하기로 했으나 행복주택 건립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인근에서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목동 행복주택 철회 촉구 주민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주민들, 산발적반대 → 연대투쟁 전개목동과 안산,공릉지역 주민들은 5일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아가 국토교통부가 면밀한 계획도 세우지 않고 주민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행복주택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특히, 국토부가 적극적인 여론수렴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주민반대를 '님비현상'으로 몰아가는데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 행복주택추진단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무턱대고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님비다'는 취지로 발언해 주민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행복주택 5개지구 주민들은 오는 12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연합집회를 갖고 국토부를 성토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송파지구 주민들도 본격적으로 행복주택 건설반대운동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관할 행정기관들의 반대도 극렬하다. 서울시 양천구를 비롯한 행정기관들은 행복주택 밀어부치기가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기 보다는 대통령 공약 밀어부치기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양천구의 한 공무원은 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집, 동사무소 건물 하나 신축하는데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다 보면 1-2년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행복주택은 6개월만에 모든 것을 완료하겠다는 기세"라고 말했다.
오목교 인근 서부 간선도로 정체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양천구 전국 인구밀도 1위…"행복주택 과밀화 부채질" 전국에서도 도시여건이 가장 열악하고, 행복주택 입지에 따른 부작용이 큰 서울 양천구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양천구의 인구수는 501,478명으로(면적 17.41㎢)㎞당 인구수를 나타내는 인구밀도는 28,804.02명으로 전국 1위다. 전국 대도시 가운데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대전시 중구(4,263.12명)보다 인구밀도가 7배나 높다.
세계 평균 인구밀도 43명, 대한민국 평균 488명과 비교하면 콩나물 시루 수준이다. 이 가운데서도 인구밀도가 더 높은 곳이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지인 '목동 유수지' 인근 '목 1동'이어서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과밀화는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과밀화는 필연적으로 도시문제를 불러오게 된다.
현재도 목동동로와 안양천길은 현대백화점과 행복한백화점, CBS, SBS, 41타워, 하이페리온 등 대규모 교통유발시설이 밀집돼 대표적 상습정체구간이고 주말이나 백화점세일 기간, 야구경기가 있는 날(목동야구장)에는 교통지옥이 따로없을 정도다.
양천구청 교통과 조사에 따르면, 행복주택 건설시 목동동로는 출근시간대(7~8시)2,246대→2,856대로 27.2%, 안양천길은 2,576대→2,838대로 10.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계획대로 2,800세대가 입주할 경우, 어린이집과 학교, 복지관이 건립돼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시설들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 없다.
이는 결국 행복주택 공급비용을 낮추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는데, 이와 관련된 반발에 대해 "애 놓는 사람은 내보내고, 자동차 없는 사람만 입주시킨다는 입주자격요건을 만들겠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의 말이었다"고 양천구청 간부는 증언했다.
◈ 도시계획상 '목동유수지는 주택지 부적합'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오목교역 주변에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을 제한하고 있다.
'202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 '양천구 도시발전계획'에는 '목동 유수지 일대는 공간체계상 지역중심으로 교육 문화 언론 등 중심상업지역 기능을 수행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돼 있다. 주택이 건립될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행복주택 목동지구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 "행복주택 평당 건축비 3000만원"…임대주택? 호화주택?행복주택 정책의 기본컨셉은 도심내부에 접근성도 뛰어나고 저렴한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공급가가 낮아야 정책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가좌와 오류지구의 경우 평당 공사비만 1700만원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양천구 목동 유수지에 지어질 행복주택은 평당 3000만원은 들 것이라는 것이 양천구청의 계산이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것일까?
행복주택 건립비를 대략 계산해보면 땅값과 기초시설비와 건축비, 지상물 이전비용 등 3가지 구성요소로 요약된다.
목동 유수지(면적 86,000㎡) 빗물펌프장 3개(7,561㎡)의 98%는 양천구청이 소유하고 있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특별법에(개정 예정) 따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된다. 그러므로 지대는 들지 않는다.
그러나, 유수지 복개부분을 헐고 연약지반에 파일(말뚝)을 박고 재 복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고 현재 유수지에 들어선 재활용선별장과 음식물쓰레기집하장,제설창고,공영주차장,목동테니스장 같은 시설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런데 이전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이 양천구청의 설명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재활용선별장과 쓰레기 집하장은 혐오시설로 이전 대체지가 없고 체육시설과 주차장도 대체지가 주변에는 없다. 양천구청은 지난 6월 발간한 행복주택 주민열람공고 관련 '양천구의견서'에서 "위의 시설들을 이전할 부지가 없고 그렇더라도 이전할 경우 4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대체부지 매입비용이다.
결국 행복주택 좀 지으려고 양천구민들에게 엄청난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