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한 배경과 그에 따른 북한 내부 권력동향을 놓고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장성택의 실각을 공식 확인하고 관련 비위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김정은 권력기반의 안정성 여부를 놓고는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장성택 실각과 중국 연관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미국 존스홉킨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반도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은 김정은이 이미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할 정도로 권력기반이 강건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버지 김정일이 1970년대 중반 2인자 권력을 행사하던 삼촌 김영주를 숙청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장성택을 제거했다"며 "앞으로 김정은은 절대권력 가도를 가기 위해 아버지와 가까왔던 원로급 인사들을 숙청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이를 통해 김정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며 "집권 초기 숙청대상은 주로 군부였고, 이제 그 대상이 장성택이라는 최고위급 인사와 그의 세력이 된 것이며, 앞으로 당내에서 그의 반대세력 전반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더욱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성택을 연결고리로 북한 내부에 간섭하려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함을 보여준다"며 "권력층 인사들을 숙청하거나 처형하는 방식으로 권력기반을 공고화하려고 한다면 이는 그만큼 권력기반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성택은 중국에 대한 연결고리였기 때문에 중국은 그의 숙청에 대해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숙청의 강도로 봤을 때 장성택이 중국에 너무 가까왔을 것이라는 의문을 낳고 있으며 아마도 장성택이 중국에 젊은 김정은을 통제하겠다고 말했을 수 있고, 그런 얘기가 김정은에게 다시 들어갔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추측이지만 장성택에 대해 단순한 권력남용과 세력화 이상의 우려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은 "이번 사건은 북한 권력 내부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부분의 젊은 통치자들이 그렇듯이 김정은도 '섭정자'를 제거해야할 시점에 이르렀을 수 있고, 내부적으로 분열된 북한에서 권위를 과시하고 장성택과 '거래'해온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번 숙청이 김정은 정권이 전면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 최고위층 내부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치적 동요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권력층 인사들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성택 숙청을 야기한 내부 요소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에 활동했던 켄 고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의 이미지나 그를 둘러싼 권력기반이 강화될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권력시스템의 운영을 잘 알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인물을 제거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잘못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한미정책연구원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위험은 내부로부터 나온다"면서 "김정은의 발걸음이 권력 공고화가 아니라 권력 기반을 부식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같은 신문에 "지난해 리용호 총참모장에 이은 장성택의 숙청은 북한의 권력 이행이 순조롭지 않고 심각한 내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북한 내부 경제개혁 노력과 북·중간 경협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