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민주·공화 양당 협상팀이 마련한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찬성 332표, 반대 94표로 가결처리했다.
상원은 내주 예산안을 통과시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길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미국 정치권은 수년간 반복해온 연말 예산 전쟁을 피하고 연방정부의 2차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도 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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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은 이날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 예산위원장과 패티 머레이(민주·워싱턴) 상원 예산위원장이 마련한 2014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및 2015회계연도(내년 10월∼2015년 9월) 예산 합의안을 이날 저녁 전체회의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소속 169명과 민주당 소속 16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소속 62명과 민주당 소속 32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라이언 예산위원장은 "표차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날 통과한 예산안은 연방정부 지출 한도를 2014회계연도에 1조120억달러, 2015회계연도에 1조140억달러로 각각 제한하되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규모를 연간 1천100억달러에서 630억달러 줄인 게 골자다.
대신 다른 부문의 예산을 대폭 깎아 재정 적자를 연간 230억달러 감축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정치권은 2014회계연도 개시 직전까지 예산안 협상에 실패하면서 열엿새간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는 사태를 겪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내년 1월 15일까지 한시 적용되는 임시 예산안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2년짜리 예산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발효하면 2015회계연도가 끝나는 2015년 9월 말까지는 연방정부 셧다운은 재발하지 않는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법안 지지를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보수 성향의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다시 촉구했다.
그는 "물론 합의안이 우리(공화당)가 원하는 전부를 담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수적인 정책이 반영돼 있고 올바른 방향"이라며 "보수 단체들은 모든 신뢰를 잃고 선을 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헤리티지행동 등 티파티의 지원을 받는 상당수 공화당 의원이 재정 적자 감축 계획이 미흡해 시퀘스터를 계속 적용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도 130만명의 실업자를 위한 장기 실업수당 연장 지급 등의 항목이 빠졌다는 이유로 법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예산안의 하원 통과를 반겼다.
백악관은 제이 카니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과 미국 경제를 위한 긍정적인 발걸음"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요구해온 사항이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치권이 위기를 자초하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넘어오면 즉각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원은 내주 말 연말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이를 처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와 대권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등은 예산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예산안이 정리되면 미국 정치권발 불확실성은 한층 해소되지만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내년 초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재조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지난 10월 부채 한도가 법정 상한에 달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가자 한도를 늘리지 않은 채 긴급 조치를 통해 내년 2월 7일까지 빚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땜질 처방을 해놨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내년 초 개회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은 또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