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라쿠텐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사진=라쿠텐 홈페이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다나카 마사히로(25, 라쿠텐)가 일본에 잔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16일자에서 "라쿠텐이 다나카의 MLB 진출을 내년 시즌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라쿠텐에 남아 시즌을 치른 뒤 미국에 진출하는 방안이다.
새로운 포스팅 시스템(입찰 제도)에 따른 이적료 감소 때문이다. 당초 기존 입찰 제도라면 라쿠텐은 다나카의 미국 진출에 따라 최대 1억 달러(약 1053억 원)의 이적료를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새 제도라면 20억 엔(약 203억 원)으로 제한돼 5분의 1로 떨어지게 된다.
약 800억 원을 손해보는 라쿠텐으로서는 아예 다나카를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MLB와 일본야구기구(NPB)의 새 포스팅 시스템 체결에 압박을 가하려는 방편일 수도 있다.
일단 라쿠텐은 올해보다 내년 시즌 뒤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이적료 상한선이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면 관중 동원이나 관련 상품 수입 면에서 다나카가 잔류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스포츠닛폰은 "내년 다나카의 연봉이 올해 4억 엔에서 배는 뛰겠지만 라쿠텐은 20억 엔 이적료에 필적하는 가치가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 진출의 꿈에 부푼 다나카를 설득하는 것이다. 스포츠닛폰은 "본인의 원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치바나 요조 라쿠텐 사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1년 후 MLB 진출을 약속하고 다나카를 잔류시키는 절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의 거센 역풍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24연승 무패 우승을 일구며 일본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다나카를 붙들 명분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MLB는 완전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타국 리그 선수 영입에 드는 입찰액에 부담을 느껴 새 포스팅 시스템 변경을 요구해왔다. 구단이 선수와 한 달 독점 협상권을 얻는 데만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는 지적이었다.
역대 최고 입찰액은 지난해 일본 니혼햄에서 뛰던 다르빗슈 유가 진출할 때인 지난해 텍사스가 적어낸 5170만 달러(544억 원)였다. 이후 텍사스는 다르빗슈와 독접 협상에서 6년 6000만 달러 계약을 이끌어냈다. 총액 1억 1170만 달러가 든 셈이었다. 이에 MLB는 입찰액 상한선을 두는 제안을 했고, 진통 끝에 NPB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과연 다나카가 내년에도 일본에서 뛸지, MLB 유니폼을 입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