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포스터
'세븐 데이즈'(2007)의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고 공유가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추격 활극 '용의자'가 24일 개봉한다.
조국에게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공유)에게는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는 것이 삶의 이유다.
대리운전을 하며 놈의 행적을 쫓던 동철은 유일하게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박회장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가 죽기 전 넘긴 물건을 받아든 것이 빌미가 돼 살해 용의자로 몰려 쫓기게 된다. 다음은 신진아, 이진욱 기자가 주고받은 용의자 시사후기.
이진욱 기자(이하 이):스타일을 강조한 액션 활극. 영화 용의자의 인상은 그랬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을 것만 같던 배우 공유가 치명적인 인간병기로 분했다. 짧은 머리 덕에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더욱 부각된 공유의 액션 감각은 탁월했다. 이 영화의 큰 수확일 듯하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 이 영화를 한줄로 요약하면 "공유, 열라 고생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아저씨'의 원빈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하지만 원빈의 신드롬이 재현될지는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극 초반 민대령(박희순)이 훈련 도중 벌어진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이 스카이 다이빙 액션으로 그려지는데, 볼거리를 만족시키는데다 캐릭터의 성격까지 엿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지동철(공유)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거부하는 장면에서도 그가 물욕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임을 내비친다. '군더더기 같은 설명을 생략하고 깔끔한 액션으로 승부하려나 보네'라는 기대감에 초반에는 설렜던 게 사실이다.
신 : 액션은 멋지고 시쳇말로 때깔도 좋은 '초스피드 리얼액션'영화다. 다만 올해만 간첩 소재 영화가 소규모 개봉된 '붉은가족'을 빼도 4번째다.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그리고 용의자까지 3달에 한편씩 나온 꼴인데, 그러다보니 피로감이 들었다.
용의자 보도스틸
이: 정말 서울 도심과 좁은 동네의 골목 골목을 휘젓는 카체이싱 액션은 대단하더라. 특히 자동차 두 대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며 상대의 담력을 시험하는 치킨게임 신은 압권이었다. 보통 충돌 직전 어느 한 쪽이 핸들을 꺾기 마련인데 정면충돌하는 결과를 내놓을 줄은 몰랐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촬영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이 더한다.
신 : 카액션신은 기존 한국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본다. 치킨게임 장면뿐만 아니라 경찰차가 한 10대 거침없이 충돌하는 장면도 그렇고 아낌없이 열정을 쏟고 돈 쓴 티가 팍팍 났다.
이: 극 중반 지하철 역에서 커다란 뿔테한경을 낀, 몹시 나약해 보이는 남성과 지동철이 결투를 벌이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외모와 달리 재빠른 몸놀림과 화려한 발차기를 자랑하던 그를 보는 내내 '누구지?' 했는데, 홍콩의 유명한 원진 무술감독이더라. 원 감독 외에도 '더 파이브'의 최태환 무술감독, 무술 실력자인 배우 원풍연이 공유와 대결을 펼치니 눈여겨 볼 만하다.
신 : 아저씨 이후 소지섭이 주연한 '회사원'의 액션신이 좀 신선했고, '베를린'의 격투신이 감탄을 자아냈는데, 용의자의 격투신은 선수끼리 맞붙는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카액션신만큼 신선하거나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이: 이 영화를 배급한 쇼박스의 한 관계자가 극중 본명으로, 그것도 꽤나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에게 '잘 봤다'는 문자를 보내자 '쑥스럽고 창피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답문이 왔다. 앞으로 배우로서 또 다른 면모를 뽐낼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용의자 보도스틸
신 : 솔직히 눈썰미가 없어서 못알아봤다. 오히려 김성균이 요즘 삼천포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삼천포로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했다. 캐스팅할때만 해도 진짜 적격의 캐스팅이었을텐데 말이다.
이: 극 중간 중간 우리 사회를 꼬집는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눈길을 끌기는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당위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그동안 쌓아 온 액션의 묘미까지 희석돼 버리는 듯해 안타까웠다.
신
:과도한 음향효과도 아쉬웠다. 상황자체가 긴박하고 속도감 넘치는데 거기에 음악까지 긴박하게 까니까, 오히려 집중을 방해했다.
이: 독일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인 'V'사의 신형 차량이 지동철을 쫓는 수사관들이 타고 다니는 차로 나온다.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공공기관원들?'이라는 의아함을 떨쳐낼 수 없더라. 협찬이 극의 현실감이나 몰입도를 방해한 나쁜(?) 사례더라.
신 : 원신연 감독의 '세븐데이즈'가 끝까지 어떻게 될지 긴장감을 자아냈다면, 용의자는 액션에 힘을 쏟으면서 이야기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주인공이 어떻게든 적들을 물리칠 것이라는 것이 너무 예상되니까 후반부가 다소 힘이 딸렸다.
이: 개인적으로 엔딩은 감동적이었다. 혈육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커다란 뭉클함을 건넨다.
신: 유일하게 울먹인 장면이다. 공유 주연에 화려한 액션영화라는 상업적패키지를 갖췄고 감동코드인 '변호인'과 '집으로 가는 길'과 차별점이 있어 초반 흥행몰이에는 확실히 성공할 것 같다. 15세 관람가, 137분 상영,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