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소어 어드벤처3D
"(잡식공룡 두세 마리가 나타나자) 쟤들이 디너파티를 벌일 것 같아. 메인요리는 너고."
원시새 알렉스가 형과의 힘겨루기에 진 뒤 나무에 깔려있는 공룡 파치에게 하는 말이다.
작은 공룡 파치의 성장담을 그린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이하 다이노소어3D)는 이처럼 독특한 유머감각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미국 코미디 작가가 대본을 쓴 것처럼 위기의 순간에도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식이다.
하지만 영상 자체는 사실감이 넘친다. 공룡의 생김새나 움직임은 고생물학 등 학문적 사실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공룡들이 무리지어 이동하고 서로 물어뜯으며 싸우는 공간은 과거 공룡이 살았던 알래스카와 뉴질랜드 등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아직도 남아있는 지구 곳곳을 3D카메라로 찍어 사실감을 더했다.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차린 카메론 페이스 그룹의 최첨단 입체 촬영 시스템이 활용된 것.
메가폰을 잡은 닐 나이팅게일 감독은 "카메라를 가지고 7000만 년 전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무서우면서 친숙한' 육식공룡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했던 티라노사우루스일 것이다. 하지만 다이노소어3D 이후에는 고르고사우루스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큰 몸집과 달리 매우 앙증(?)맞은 앞발을 가진 고르고사우루스는 백악기 시대에 지구를 누볐던 공룡이다.
극중 멋진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다니던 익룡 아즈다르코의 발을 낚아채 무자비하게 먹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큰 놈은 소형비행기만도 했던 아즈다르코는 이빨은 없지만 어린이 한명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만큼 부리가 거대했단다. 큰 날개와 큰 부리의 이 익룡이 쏟아지는 비를 가만히 맞고 있는 모습은 이 영화의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다.
다이노소어의 주인공인 멋진 뿔과 귀를 지닌 파키리노사우루스는 '무섭지 않은 친숙한' 공룡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덩치가 큰데 나뭇잎을 먹고 살았던 초식공룡이었다.
앞서 한국공룡연구센터의 허민 박사는 다이노소어 3D에 대해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사상 처음으로 초식공룡이 주인공이 돼 육식공룡을 이기는 내용"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형제 중 가장 작고 연약하게 태어난 파치는 호기심 많고 영리하지만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항상 놀림을 받는다.
리더인 아빠를 따라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던 중 흉악한 포식자 고르곤(고르고사우루스)이 무리를 공격하고 아빠는 고르곤과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엄마와 나머지 형제를 산불로 잃은 파치는 형 스카울러, 여자 친구 주니퍼와 거친 야생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다이노소어3D는 어린 파치가 초식공룡을 호심탐탐 노리는 육식공룡의 습격이나 변화무쌍한 대자연에 맞서 조금씩 성장하는 여정을 그렸다.
모든 공룡이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은 아니다. 원시새 알렉스가 관객들에게 파치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기본 형식에서 알렉스와 파치 스카울러 주니퍼 등 주요 캐릭터만 말을 할 뿐 다른 공룡은 소리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파치나 주니퍼 등 말하는 공룡도 몸짓이나 얼굴표정은 철저히 사실에 입각했다.
다이노소어3D는 백악기 시대로 관객을 초대해 공룡의 생태계를 엿보게 한다. 기존 공룡영화와 비교해 보다 다양한 생김새의 공룡을 보는 재미가 있다. 수입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올 연말 '에듀테인먼트 무비'로 자신하는 이유다.
한편 더빙 버전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예능인 이광수가 파치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원시새 알렉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우 '맥가이버' 배한성이 맡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대본을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전체관람가, 87분 상영, 19일 개봉
◈ 공룡에 대한 재미있는 몇가지 사실 몇가지
- 이 영화에 나오는 깃털 달린 원시새 알렉스는 공룡과 어울려 살았던 이빨 달린 새다. 오늘날의 새들은 이빨이 사라지고 없지만, 과학자들은 닭에 이빨이 자리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 공룡의 멸종 원인에 관해 황당한 설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뜨거운 기후로 백내장이 생겨 눈이 멀었다거나 애벌레 떼가 출연해 식물을 전부 먹어치웠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 과학자들은 고르고사우루스처럼 팔이 짧은 수각룡이 많은 이유를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 팔의 용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짝짓기 의식에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여전히 발버둥치는 사냥감을 먹어 치울 때 붙잡기 위해 사용했다, 넘어졌을 때 받치고 일어서는 용도로 사용했다, 쓰임새가 전혀 없었고 시간에 따라 서서히 퇴화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