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를 마친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7일 이임식에서 먼저 세상을 등진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 주위를 숙연케 했다.
조 행장은 이날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설마 가능할까, 또 잠시 추진하다 유야무야 되겠지'라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한결같이 근무시간 정상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했다"고 회고했다.
'회사와 일'밖에 모르던 자신의 세대는 '반쪽짜리 인생'이라며 "근무환경과 출퇴근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임 기간 직원들의 야근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일은 확 줄이고, 오후 7시가 되면 개인 컴퓨터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했다. 각 지점의 평균 퇴근시간을 비교해 야근이 잦은 곳은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 곁을 떠난 동료가 있다. 그분들은 제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마음의 빚"이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백훈기 지점장, 오경의 팀장, 김동군 차장, 엄기주 차장, 이정철 차장, 조은희 과장, 고미정 과장, 문현성 계장, 김여진 계장 등 이름을 거명하고서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업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근무 등으로 병을 얻어 숨지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원들을 향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 최초의 내부 공채 출신 은행장으로서 직원들의 사정과 고충을 속속들이 알고 살피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 행장은 "근무시간 정상화는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부디 임직원 여러분이 합심해 기업은행을 '눈 뜨면 출근하고 싶고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직장'으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위대한 은행이란 돈을 잘 버는 것은 물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교육·문화·예술에도 이바지해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 신뢰를 받는 은행"이라며 "권선주 신임 은행장을 중심으로 기업은행을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어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