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수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세 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 남편 찾기
'응답하라 1994'의 인형복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과 마찬가지로 ‘응사’ 역시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찾기가 주된 스토리를 이뤘다.
제작진은 2013년 현재의 풍경, 그리고 2002년 나정의 결혼식 풍경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나정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드라마의 주요 시점인 90년대에도 각종 복선과 단서를 배치해 시청자들이 ‘성나정의 남편 찾기’에 몰두하도록 했다.
특히 드라마 중간 중간, 소품을 이용한 복선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대표적인 복선은 ‘인형 복선’. 실제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네티즌들이 찾아낸 ‘인형 복선’이 맞다고 인정한 바 있다.
네티즌들의 해석에 따르면 나정의 방에 있는 강아지 인형과 물개 인형 그리고 고릴라 인형은 각각의 주인공들을 의미한다. 강아지 인형은 칠봉(유연석 분), 물개 인형은 나정, 고릴라 인형은 쓰레기(정우 분)인 것. 인형의 포지션이 바뀔 때마다 주인공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심지어 각 캐릭터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삼각관계가 절정에 달했던 11화에서는 강아지 인형은 물개 인형을, 물개 인형은 고릴라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13화의 경우, 방구석에서 고릴라와 물개가 입을 맞댄 것처럼 쓰레기와 나정은 첫키스를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등장하는 12화에서는 칠봉이가 의자에 깔린 강아지 인형을 빼내면서 칠봉이 역시 붕괴 현장에서 살아남는다.
이밖에도 신촌 하숙 TV 위에 놓인 강아지 인형들의 모습에 따라 쓰레기와 나정의 관계를 암시하는 등 제작진의 복선은 드라마 곳곳에 깔려 있었다.
성나정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 유발은 ‘응사’의 인기 요소로 작용하면서 수많은 추측과 해석을 낳기도 했지만 부작용도 존재했다. 지나치게 남편 찾기에 몰두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90년대 청춘시절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는 본질을 빗겨갔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 청춘
전작 ‘응칠’이 90년대 고등학생들의 청춘을 그렸다면 ‘응사’는 X세대라고 불린 90년대 대학생들의 청춘을 택했다.
‘응사’는 매회 나정의 러브스토리와 신촌 하숙 식구들의 청춘스토리를 나란히 놓고 드라마를 전개해 나갔다. 그렇다보니 X세대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연세대 농구부, 서태지, 90년대 중반 드라마 등의 문화현상부터 그 시대 청춘들이 사회에서 맞닥뜨렸던 크고 작은 이슈와 사건들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
주인공들 대부분이 지방 출신인 ‘촌놈’이라는 설정도 여기에 맛을 더했다. 상경한 이들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의 흐름은 고스란히 90년대, 그 시절 추억의 장소와 시간과 맞물려 돌아갔다. 삼천포(김성균 분)와 해태(손호준 분)가 허탕을 쳤던 강남 나이트클럽 빠샤, 이들이 과팅녀 앞에서 40개의 비스킷을 시켜 망신을 당했던 초창기 KFC 등이 등장한 에피소드가 웃음과 동시에 그리움을 자아낸 이유다.
당시를 완벽 재현한 소품들도 청춘을 향한 X세대의 향수에 한몫했다.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소품은 드라마 내내 모습을 비췄던 삐삐. 삐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얽히며 쓰레기와 나정의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도 하고, 삼풍백화점 사건 때는 친구를 걱정하는 우정의 메신저가 되기도 했다.
나정이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먹었던 꼬깔콘, 빼빼로 등의 과자도 인기를 끌었고, 매직아이는 방송에 등장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과거 유행했던 매직아이 그림들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이런 청춘스토리가 X세대를 넘어 통한 이유는 이 시대 청춘들도 충분히 겪고 있는 삶의 고민들이 각 에피소드에 등장했기 때문. 특히 진로를 고민하는 빙그레(바로 분)의 이야기와 짝사랑에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다.
◈ 성장
'응답하라 1994' 21화의 한 장면. (방송 캡처)
드라마 초기, 뭐든 서투르기만 했던 주인공들은 저마다 성장통을 겪고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런 면에서 ‘응사’는 신촌 하숙 청춘들의 ‘성장스토리’이기도 하다.
종방까지 팽팽한 삼각관계 구도를 이룬 쓰레기와 나정, 칠봉이는 ‘사랑’으로 성장한다.
나정은 쓰레기를 향한 첫사랑으로, 칠봉은 나정을 향한 첫사랑으로 처음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하숙생들 중 가장 연장자인 쓰레기도 별다를 것이 없다. 그 역시 동생으로 대해왔던 나정의 마음을 알게 돼 고민에 빠지면서도 긴 시간 동안 모른 척 한다.
삼각관계는 나정과 쓰레기의 결혼으로 끝나지만 칠봉이까지 포함해 이 과정 속에서 세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경험한다. 이뤄진 첫사랑도,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도 존재하지만 결국 세 사람의 성장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 셈이다.
‘사랑’으로 성장한 이들은 또 있다. 삼천포와 윤진(도희 분), 해태 역시 사랑으로 많은 부분이 변화한다. 까다롭고 다소 이기적이었던 삼천포는 윤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배려를 배우게 되고, 윤진은 서태지만 쫓아다니던 거친 ‘빠순이’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연애하는 여대생으로 거듭난다. 첫사랑과 헤어진 후로 새로운 여자들만 쫓아다니던 해태도 첫사랑을 되찾으면서 상실감을 떨쳐버리고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한다.
‘꿈’에 대한 고민을 통해 성장한 이들도 있다. 칠봉이와 사촌관계인 빙그레가 바로 그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