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과 강호동 (자료사진/노컷뉴스)
무관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빛난 국민MC들이었다.
한때 방송계를 호령했던 ‘영원한 라이벌’, 방송인 유재석과 강호동이 ‘국민MC’라는 애칭에 걸맞는 모습으로 연말 시상식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두사람은 29일, 여의도 MBC방송센터에서 진행된 2013 MBC방송연예대상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두사람 모두 개인적인 상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시상식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다른 이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석은 방송3사의 유력한 대상후보로 꼽혔지만 올해는 무관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앞서 진행된 KBS연예대상에서 ‘먹방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랜 시간 ‘해피투게더’를 안정감있게 진행해 왔음에도 거센 변화의 흐름은 유재석에게 ‘먹방상’만을 안겼다.
MB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유재석은 단체상인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유재석 개인에게 주어진 상이 아닌 '무한도전'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러나 유재석은 “‘무한도전’, 도전이 무엇인지 (내년에)보여드리겠다”라는 짧은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뿐만 아니다. 유재석은 시상식 내내 시종일관 ‘국민MC’답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른 이들의 수상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고 특별 공연에는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하지만 유재석은 대상 수상여부를 묻는 MC 소이현의 질문에 “올해에는 (대상을) 탈 분이 따로 있는 것 같다”라며 “여기(‘무한도전’ 좌석)에는 대상이 없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올해보다는 내년을 내다보는 예능고수다운 혜안이었다.
강호동의 참석은 의외였다.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종영 이후 MBC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유재석은 단체상 외 시상자로도 활약했지만 강호동은 시상조차 하지 않았다. 때문에 유재석이 시상자로, ‘무한도전’ 멤버로 카메라에 비추는 것과 달리, 강호동은 무대 위의 출연자들이 그를 언급할 때만 간간히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강호동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시상식 내내 박장대소를 하며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짧지만 강렬했던 강호동의 존재감은 그가 예능선배로서 왜 후배들에게 신망받는지 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