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 30일 오전(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또다시 자폭 테러로 보이는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현지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폭발은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볼고그라드 제르진스키 구역의 카진체프 거리를 운행하던 트롤리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보안기관 관계자는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한 명이 몸에 지니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폭발의 성격과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잔해 등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발의 강도가 아주 강했다고 덧붙였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버스가 완전히 파괴돼 앙상한 뼈대만 남았으며 버스 주변에는 희생된 승객들의 시신 잔해들이 늘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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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건부는 "10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바실리 갈루슈킨 볼고그라드주(州) 부지사는 앞서 "15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구조대와 보안기관 요원들이 급파돼 부상자 수송과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트롤리 버스 폭발 사고가 전날 볼고그라드 역사 테러에 이은 자폭 테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테러범들이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고 주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연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버스 안에 있던 폭발물이 터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대(對)테러위원회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버스 안에 놓여있던 폭발물이 터졌을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뉴스전문 TV 채널 '라시야 24'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버스 중앙에 폭발물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 대변인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경찰청장)을 잇따라 만나 테러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보르트니코프 국장과 콜로콜체프 장관은 면담에서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 다게스탄과 인근 스타브로폴주에서 반군 소탕 작전을 벌여 몇명의 테러범들을 사살했다고 보고했다.
연쇄 테러로 인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현지 주민은 "모든 사람이 버스와 전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불안에 휩싸인 도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트롤리 버스 테러 이후 인터넷에는 정기 노선 버스와 전차 등에서 추가로 테러가 발생했다는 글들이 올라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볼고그라드주 주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추가 테러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29일 낮 같은 볼고그라드시의 기차 역사 안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17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40명을 넘었으며 그 가운데 5명은 중태다.
또 지난 10월 21일에도 볼고그라드 시내 정기 노선 버스 안에서 30세 여성이 몸에 차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려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조사 결과 자폭 테러범 나이다 아시얄로바는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테러 단체 소속 반군의 내연녀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볼고그라드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테러가 내년 2월 소치 올림픽 방해를 노린 이슬람 반군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반군들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볼고그라드가 소치에서 크게 멀지 않은 남부 도시란 점에서다.
연방군의 강력한 소탕 작전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한 이슬람 반군들은 소치 올림픽을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행사 기간을 전후해 대규모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 최대 이슬람 반군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는 지난 7월 전력을 다해 소치 동계올림픽을 저지할 것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900km 지점에 위치한 볼고그라드는 소치에서는 65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