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등기부등본'을 검색한 결과. 대부분 '민원'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인 것처럼 교묘히 위장하고 있었다.
전세 등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열람하는 부동산 등기부 등본 발급을 대행하는 사설 사이트들이 정부 사이트인 것처럼 교묘하게 꾸며 최대 8배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들 사이트들의 법률 위반 여부를 지켜보는 한편, 과도한 수수료 지출을 막기 위해 대법원 사이트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1통 발급 수수료는 700원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http://www.iros.go.kr/) 캡쳐 화면. 열람수수료는 700원, 발급수수료는 1000원이다.
집을 담보로 많은 액수의 빚을 진 전셋집을 얻었다가 전세금을 날리는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 등기부 등본을 떼는 일은 요즘 상식으로 굳어졌다.
특히 전세난이 심각한 요즘에는 전셋집을 얻기 위해 등기부등본 수십 통을 떼는 일은 예사다.
대법원은 국민 편의를 위해 직접 등기소에 가지 않고도 등기부 등본을 열람할 수 있도록 인터넷 등기소(http://www.iros.go.kr)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토지와 건물, 집합건물을 막론하고 1통당 수수료로 열람용 700원, 제출용 1000원을 받고 있다.
◈ 정부 사이트인 것처럼 꾸며 최대 7배 이상 '폭리' 사설 사이트 기승
한 사설 사이트의 발급 비용표. '토지+건물' 등기부등본 열람용 수수료가 5600원이다. 대법원 사이트에서는 700원에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발급을 대행하는 일부 사설 사이트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대법원에 비해 7배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등기부 등본'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관련 사이트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이런 사이트들은 하나 같이 '국민이 행정 기관에 대해 원하는 바를 요구한다'는 의미인 '민원'이라는 단어를 앞세우고 있었지만 모두 정부와는 관련 없는 사설 사이트였다.
이들 사설 사이트는 '민원'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대행'이라는 단어는 작게 배치, 인터넷 환경에 어두운 이들에겐 마치 정부 사이트로 착각할 여지가 다분하다.
홈페이지 도메인조차 'minwon'을 사용하고 있는 한 사이트에서는 대법원 사이트에서 700원에 열람할 수 있는 등기부 등본을 5배 이상인 수수료 3900원을 받고 열람을 대행하고 있었다.
또 다른 사설사이트는 대법원 사이트에서 구분 없이 같은 가격의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 구분'에서 차등을 두고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열람용 기준으로 '토지+건물' 등기부 등본은 5600원, '집합건물'은 4500원, '건물'이나 '토지'는 2800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 사이트는 모두 동일가격인 700원으로, 최대 8배까지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가격이 비싸다고 서비스 질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대법원 사이트는 결제 즉시 열람이나 발급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 사이트는 열람에도 대행하는 시간이 소요됐다.
업체들은 어디까지나 '대행'임을 강조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관계자는 "민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분명히 홈페이지에도 대행이라고 명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장품 같은 경우도 원가가 몇 백원 밖에 안 되는데 몇 만 원 주고 사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광고비나 사무실 운영비 등 비용이 들어가니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원 "폭리 사실 인지, 대국민 홍보 힘쓰겠다"이에 대해 등기 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법원은 이런 사설 사이트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법률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대법원 이현복 홍보심의관은 "최근 과도한 수수료로 운영되는 사실을 확인, 법원행정처 사법등기국에서 관련 사이트에 대해 변호사법이나 법무사법 등의 위반 소지는 없는지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 홍보심의관은 "법원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몰라 과도한 수수료를 지출하는 일이 없도록 등기업무 관련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