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오는 22일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국제평화회담(제네바-2 회담)에 시리아 현 정권의 핵심 우방인 이란을 공식 초청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이란 측과의 대화에서 "내전 종식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란 초청 사실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반 총장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며칠 동안 장시간 논의를 했다며 "협상의 목표가 상호 동의에 따라 완전한 행정 권한을 가진 과도 통치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리는 제네바-2 회담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이 모여 지난 2012년 1차 제네바 회담에서 합의한 과도정부 구성안을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은 이란이 1차 회담의 과도정부 구성안을 수용하지 않는 한 제네바-2 회담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선결 조건' 자체에 반대해 왔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관영 뉴스통신 IRNA에 반 총장의 초청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표단을 보낼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시리아 반군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제네바-2 회담 참여를 유보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SNC은 지난 18일 표결로 회담 참가를 결정했다.
SNC의 고위 인사인 아흐마드 라마단은 "이란은 시리아를 침략하고 있다"며 회담 참여를 중단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SNC의 루아이 사피 대변인도 트위터 계정에서 "반 총장이 이란에 대한 초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제네바-2 회담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란이 '제네바-1 합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명시적이고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조건에서 초청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란은 한 번도 공개적으로 이를 밝힌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을 초청하는 조건을 둘러싸고 유엔과 꾸준히 논의해 왔으나, '급하게' 마련된 반 총장의 기자회견에 허를 찔린 듯 보였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각각 성명을 내 이란이 회담 참석을 원한다면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반 총장의 초청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상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을 모두 참가시키지 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비롯해 호주, 바레인, 벨기에, 그리스,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바티칸시국 등 9개국을 제네바-2 회담에 추가로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