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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나정 남편, 차라리 제3자가 됐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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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 “나정 남편, 차라리 제3자가 됐으면 했어요”

    [노컷인터뷰] tvN ‘응답하라 1994’ 쓰레기 정우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정우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안방 여심은 이남자의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좌지우지됐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무심하지만 다정하고 속깊은 경상도 출신 의대생 ‘쓰레기’ 역을 맡은 배우 정우(33)는 무려 13년의 무명생활 끝에 스타덤에 올랐다. 각종 광고가 밀려들었고 심지어 스캔들까지 터졌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정우가 서울 목동 CBS사옥을 방문하자 사진스튜디오 앞은 그를 보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우는 자신을 찾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며 “무명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감사함을 더욱 잘 알게 됐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t배우 정우. 황진환기자

     




    나정남편, 차라리 제3자가 됐으면 했어요

    ‘응답하라 1994’의 가장 큰 궁금증은 주인공 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찾기였다. 극중 무뚝뚝하지만 속깊은 경상도 남자 쓰레기와 다정다감하면서도 매너있는 서울남자 칠봉이(유연석 분)를 놓고 누가 나정의 남편인지 내기 열풍이 불 정도였다. 정우는 “21회 대본이 나오기 전까지 누가 나정의 남편인지 몰랐다”라고 웃어보였다.

    “주변에서 하도 궁금해 하니까 저도 궁금하긴 했는데 마지막 대본이 나오기 전까진 진짜 몰랐어요. 그런데 다들 쓰레기, 칠봉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차라리 제3의 인물이 남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죠. 완전 반전 아닌가요?”

    처음 정우가 고아라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됐을 때, 주위에서는 우려도 많았다.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그가 진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우는 “제 나름대로는 멜로 연기를 한다고 했는데 검증된 자료가 없어 주위에서 걱정이 컸다”라고 말했다.

    “다른 건 다 캐릭터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 친구가 멜로를 잘할까, 그 부분을 놓고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작진이 엄청 꼼꼼하다고 느낀 게 신감독님은 제가 모자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까지 미리 다 조사를 해 놓으셨더라고요. 또 제가 1994년에 ‘블랙펄’이라는 뮤직비디오에서 의사역할을 한 것을 보고 저를 의사로 설정한 것 같아요. 하지만 멜로만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이 있었겠죠? 제 앞에서 감출 수 있는 불안감이긴 했죠.하하”

    10세 연하인 배우 고아라와 멜로 연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고아라가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라며 “친해지기 위해 촬영장에서 방귀도 서슴없이 뀌곤 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라가 일찍 데뷔한데다 성숙한 면모가 있어서 그렇게 어린 줄 몰랐어요. 어떨 때는 애늙은이 같은 면도 있었죠. (웃음) 보통 드라마가 들어가기 전에 남녀배우들끼리 친해지기 위한 미팅을 갖는데 이번 작품은 스케줄상 그런 일정이 불가능했죠. 때문에 앞에서 방귀를 뀌거나 하면서 숙녀에게 못할 짓 많이 했죠. 아라도 놀라고, 연석이도 놀라고...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수년 동안 같이 지내온 남매 역할을 위해 최대한 무게잡지 않고 허물없이 지내려고 제 한 몸 바쳐 노력했어요.”

    배우 정우.황진환기자

     



    이상형은 엄마 같은 여자죠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난 정우는 90학번, 마산 출신인 쓰레기를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달라도 청춘의 풋풋한 감정은 90학번이나 99학번 모두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중 쓰레기는 나정보다 4살 위, 90학번으로 설정돼 있어요. 그 당시를 살았던 분들에게 특별히 간접체험을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청춘의 감정은 시대가 달라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죠. 그렇게 때문에 ‘응답하라 1994’가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부산 출신인 정우는 연기를 하고픈 마음에 1998년, 서울에 올라왔다. 부산 범일동에서 서점을 운영한 그의 부모님은 연기자가 되겠다고 상경한 막내 아들을 묵묵히 지원했다. 그가 무려 13년동안 무명의 시절을 버틴 것은 가족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머니가 범일동에서 세종대왕 서점을 운영하셨죠. 지금은 신세대 서점으로 상호가 바뀌었는데 그나마 6개월 전에 가게를 내놓았어요. 주변에서는 아들이 잘돼서 서점 그만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런건 아니고, 서울에서도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하시죠. 지난 13년간 많이 불안하셨을텐데 속으로 아무 말씀 안하고 속 많이 앓으셨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더 잘해드려야죠.”


    배우 정우. 황진환기자

     


    정우는 극중 나정같이 오랫동안 여동생, 혹은 친구로 지낸 이가 애인이 된 경험은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송 중간, 혹독한 스캔들을 경험한 그의 이상형은 ‘엄마같은 여자’. 그는 “결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리는 시기가 있다”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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