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드FC 제공
'눈빛이 살아있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개그맨 윤형빈(34, Team One)이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1라운드 KO승을 거둘 줄은.
윤형빈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14 대회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매치(-70kg 이하, 5분 2라운드)에서 타카야 츠쿠다(23, 일본)를 1라운드 4분 9초 만에 오른손 카운터 펀치 KO로 제압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윤형빈이 입장할 때부터 어느 정도 승리를 직감했다. '미스터 파파'의 '남자의 인생'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등장한 윤형빈은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답지 않게 표정에서 자신감이 가득 묻어났다. 눈빛이 살아있었다.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오롯이 전해졌다.
반면 타츠야는 잔뜩 얼어있었다. 윤형빈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 탓인지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기가 팍 꺾여 있었다. 기싸움에서 밀린 타츠야는 자신의 이름을 호명할 때 일제히 야유가 터지자 또 한 번 움찔했다.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기세가 오른 윤형빈은 결국 전력 열세를 뒤집고 짜릿한 KO승을 만들어냈다. 1라운드 초반, 상대 펀치를 잇따라 허용하며 주춤했지만 재빨리 전열을 가다듬었다. 수 분간 지속된 클린치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기회가 오자 경기를 끝내는 '파이터 본능'을 드러냈다.
사진=로드FC 제공
첫 번째 승리요인이 심리적인 우위를 안고 경기에 임한 것이라면, 두 번째 승리요인은 체계적인 훈련에 있다. 윤형빈은 지난 3개월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고 철저히 프로파이터로 살았다. 서두원 Team One 관장의 지휘 아래 프로파이터처럼 하루 7~8시간씩 이어지는 강훈련을 불평없이 소화했고, 계체량 하루 전 6kg을 빼는 수분감량도 거뜬히 해냈다. 경기 당일 보여준 자신감은 강훈련의 산물인 셈이다.
프로 파이터로 무대에 서는 두렵고 어려운 도전 앞에서 요행수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윤형빈. 승부에서는 물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 그의 눈물이 값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