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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 사기대출 사건, 풀리지 않은 의문들

경제 일반

    3천억원 사기대출 사건, 풀리지 않은 의문들

    • 2014-02-10 11:07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협력업체들과 공모해 저지른 3천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은 회사 규모와 비교한 피해 금액이나 사기 수법 등을 놓고 의문점이 적지 않다.

    현재 범행 가담자로 알려진 KT ENS 직원 김모(51·구속)씨와 N사 등 협력업체 대표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만큼 자세한 경위는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길게는 5년간 반복적으로 사기대출이 이뤄진 사실을 피해 은행이나 저축은행이 몰랐다는 점, KT ENS가 직원 김씨의 비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잘잘못과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쟁점과 경찰 수사 등으로 풀어야 할 의문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왜 은행에서 대출받았나

    KT ENS는 2009년부터 N사, J사, S사 등 협력업체들로부터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 등을 공급받았다. KT ENS가 매출채권을 증빙하는 세금계산서를 발행, 협력업체들이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 현금 수요를 충당한 뒤 나중에 KT ENS가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갚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협력업체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에는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세웠다. SPC를 통한 대출은 실제 회사(협력업체들)의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지 않아 유리하다. 중앙스타(하나은행 대출), 은하수1·2호(농협·국민은행 공동대출) 등이 대출을 목적으로 만든 SPC다.

    ◈ 어떻게 사기대출이 가능했나

    협력업체들은 허위매출을 일으켜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를 납품했다고 서류를 꾸며 이를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제시했고, 서류에는 KT ENS의 법인인감이 찍혀 은행과 저축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이를 정상매출로 여겨 대출을 승인했다.

    대출 만기는 통상 90일가량이었다. 즉, 90일이 지나면 KT ENS가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원리금을 갚으려고 다시 허위매출을 일으켰고, 이렇게 해서 받은 대출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돌려막기'가 반복돼 피해 규모가 3천억원 넘게 불어났다는 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 KT ENS 책임은

    일단 서류에 찍힌 KT ENS의 법인 인감이 진짜로 판명된 만큼 KT ENS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KT ENS는 김씨 개인의 비위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가령, 은행의 창구 직원이 은행 몰래 고객 돈을 가로챌 경우 은행이 이를 대신 갚아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법인인감은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내부 결재를 받고 기록을 남기게 돼 있다. KT ENS가 이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경찰 수사에서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KT ENS는 김씨의 행위를 몰랐더라도 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 KT(대주주)의 법률적 책임은

    KT는 KT ENS와 독립된 법인인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없다. 그러나 KT ENS의 지분을 100% 소유한 대주주로서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게 피해 금융회사들의 입장이다. KT ENS는 KT그룹에서 유·무선 통신망 구축을 전담하는 계열사로, KT ENS로 바꾸기 전의 사명인 KT네트웍스로 더 잘 알려졌다.

    KT를 겨냥한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은 KT ENS가 3천억원을 모두 변상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KT ENS가 이를 갚지 못해 파산하는 것을 내버려둘 경우 KT는 대주주로서 '자회사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 은행·저축은행은 왜 몰랐나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대출 신청이 들어올 때 제출한 KT ENS의 법인인감과 인감증명서를 대조, 매출 증빙 서류가 진짜라고 보고 대출을 승인했다. 통상 대출 승인은 서류 검토만으로 이뤄진다. 매월 대출이 나갈 때마다 현장에서 물건이 들어왔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의 직책이 KT ENS의 자금담당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문은 남는다. 회삿돈을 집행하는 자금부서에 단 한 차례라도 교차 확인을 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 때문에 해당 은행과 저축은행이 내부 여신규정을 잘 지켰는지 따져보고 있다.

    ◈ 연루 범위, 자금 용처는

    경찰은 현재 김씨만 구속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협력업체나 KT ENS 내부 다른 직원의 공모가 없다면 장기간의 사기대출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인 데다 금융회사들이 감쪽같이 속아온 만큼 은행이나 저축은행 직원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기 자금의 용처도 아직 분명치 않다. 경찰의 초기 수사에서 김씨가 수천만원을 대가로 받았다지만, 통상 협력업체에 대해 '갑(甲)'의 위치에 있는 김씨 혼자 수천만원만 받고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많다. KT ENS나 KT 경영진 '윗선'에 대한 상납 또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 피해금 어떻게 돌려받나

    피해금이 3천억원으로 확정되고, 김씨 등으로부터 이 돈을 모두 환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저축은행들은 KT ENS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T ENS 측은 매출채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데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여신 심사를 제대로 못 한 책임도 있는 만큼 소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회사 간 책임 공방도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도 지급보증 채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들 증권사는 담보인 매출채권 자체가 허위면 보증채무가 없다고 맞선다. 농협·국민은행의 공동대출은 '신탁 투자이므로 공동 책임'이라는 의견과, 농협은행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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