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영 외교부 대변인.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역사문제로 고립된 일본이 대북 외교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가 깨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국제사회의 대북 메시지' 관리인 만큼, 일본의 관련 행보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어깃장을 놓는 거나 다름 없다는 판단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일북간 협의가 북한 핵 미사일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미일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 하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문역이 지난해 북한 당국자와 접촉해 현안을 논의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질문을 받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도 한미와 협의 없이 일본 독자적으로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총리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북측 당국자를 만나 대북 경제 제재 독자해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26∼27일에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측과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한국과 미국이 3각공조 훼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한다고 해도 아베 총리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과 친분이 있는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납치자 문제에 대해 '자국민 보호'라는 절대적인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때가 무르익으면 본인이 직접 북한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단합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대북 정책의 중요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행보가 대북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외면받는 북한을 상대로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 등 외교적 성과를 이룬다고 가정해도, 그 효과는 일본 국내에 한정된다"며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국내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