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익 단체들이 '건국기념의 날'인 11일 도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세몰이'에 나섰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건국을 축하하는 모임'은 도쿄 시부야(澁谷)의 메이지(明治)신궁회관에서 약 1천300명이 참가한 가운데 '건국기념의 날 봉축 중앙의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와, 일본 각지의 8만개 신사를 포괄하는 종교법인인 신사본청 등이 찬조단체로 참여했다.
행사 주최측은 이날 채택한 결의를 통해 개헌을 "일본이 진정한 독립국가로 소생할 유일한 길"로 규정하고,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를 통해 자민당 등 개헌지지 정당들이 양원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지금 기회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의는 또 "중국의 위협이 확대되고 있고,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양국의 틈새에 있는 지금 개헌은 국정의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자민당 부총재는 "올해는 개헌에 대한 전국적인 대화 집회를 개최하고 당의 개헌안 초안에 대한 이해를 넓혀 국민 전체의 헌법 개정 기운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이 2012년 4월 마련한 개헌안 초안은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부정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자위대의 명칭을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행사 중에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역대 총리 중 처음 발표한 건국기념의 날 메시지도 일부 소개됐다.
주최측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국학원대학의 오하라 야스오(大原康男)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건국 기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 대해 "현직 총리의 메시지가 나온 것은 처음으로, 진심으로 환영하고 정부가 주최하는 건국기념의 날 행사가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국기념의 날로 지정된 2월11일은 원래 초대 일왕인 '진무 천황'의 즉위를 기념하는 축제일인 '기원절'이었다. 1872년 기념일로 지정된 이 날은 2차대전 후인 1948년 '일왕을 중심으로 단결해 미국에 맞서려는 것 아니냐'는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의심 속에 폐지됐다가 이후 자민당의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1966년 현재 이름으로 부활했고 1967년부터 공휴일이 됐다.
건국기념의 날에 대해 일본 진보세력은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다', '제국주의의 논리가 담겨있다'는 등 이유를 들어 반대해왔다. 그런 맥락 속에 전날 아베 총리가 '자랑스러운 일본'을 강조한 건국기념의 날 메시지를 발표한데 대해서도 일각에서 '우경화 행보'와 연결짓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RELNEWS:right}
한편, 이날 역사학연구회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주오(中央)구에서 230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국 기념의 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아베 정권의 개헌과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행보를 비판했다.
단체들은 "전쟁을 하는 국가로 가는 길을 허용하지 않고, 헌법을 지키고 평화로운 아시아와 일본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해 나가자"는 내용의 선언을 채택했다.
행사에 참석한 나카지마 데쓰히코(中嶋哲彦) 나고야대학 대학원 교수는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해 쿠데타적인 '해석 개헌'으로 돌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