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아저씨’ 김영희PD의 사징지원은 MBC 예능본부와 노동조합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카드’였다.
김영희PD는 주위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민 끝에 사장공모 마지막날인 12일 오후 5시에 당당하게 지원서를 제출했다.
김영희PD는 MBC내부에서도 뚝심의 리더로 불린다. 김PD가 제작한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느낌표’ 등의 프로그램은 공익 예능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최근 연출작인 ‘나는 가수다’ 역시 김영희PD가 아니었으면 이루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만큼 뚝심있는 리더십으로 주위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해 매번 사장 공모 때마다 유력한 후보 중 한명으로 꼽혀왔다.
특히 김종국 현 사장이 선임된 지난 2013년에도 유력후보군으로 분류됐다. 당시 김PD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사장직 출마를 권유했지만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김PD를 움직였을까. 일단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과 글로벌화에 대해 절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PD는 지원서를 통해 "이제 지상파 방송사는 언론사라기보다 보도 기능을 포함하는 미디어 기업이며 기업으로서의 생존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라며 “예능PD는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뭘 원하는지 가장 감각적으로 잘 아는PD이며 방송사 콘텐츠 수입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적 요소다. 기자 출신 CEO를 임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비과학적 선택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몇년간 장기 파업으로 침체됐던 MBC를 콘텐츠 공화국으로 다시금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과의 차별화도 신선할 것으로 보인다. MBC사장 후보로는 김종국 현 MBC사장을 비롯,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 이상로 IMBC 이사,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 전영배 MBC C&I 사장, 황희만(60) 전 MBC 부사장(이상 가나다순) 등이 지원한 상태다.
이들 대부분이 김재철 전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인물인만큼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김영희PD의 지원은 대중의 시선을 환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RELNEWS:right}
한편 방송문화진흥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며 21일 면접과 이사회 투표를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를 결정한다. 내정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새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7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