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불법무기를 싣고가다 파나마 당국에 억류된 화물선 청천강호의 적발 및 제재를 피하고자 중국·싱가포르 소재 기업 등이 포함된 '국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밝혔다.
교도통신은 전문가 패널이 작성해 최근 위원회에 제출한 59쪽 분량의 미발표 연례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며 13일 이같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청천강해운'이 청천강호의 선주이자 운항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 운항·관리자는 평양에 본사를 둔 '오션 매리타임 매니지먼트'(OMM)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다롄(大連)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패널은 이 회사가 무기 및 관련물질 화물을 은폐해 운송하는 과정을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OMM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진포해운회사'를 통해 운항 관련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포해운회사는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과 주소를 공유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청천강호는 지난해 7월10일 쿠바에서 미그-21기 2대와 15기의 미그기 엔진, 9기의 미사일 등을 싣고 1만t의 설탕 포대 밑에 숨겨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되고서 억류됐다.
전문가 패널은 쿠바와 북한 간 운송행위 및 거래 모두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패널은 보고서에서 "항해를 지원하는 행위자(roleplayer)들이 이처럼 많이 동원됐다는 것은 감시를 비켜가고자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며 함께 작동하는 실체들의 네트워크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거래에서 북한이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제재를 피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화물의 존재와 성격을 감추고자 포괄적이고 계획적인 전략이 세워졌다"며 "북한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속임수들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썼다.
유엔 북한제재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15개 유엔 이사국이 참여하고 있다. 산하의 유일한 상설기구인 전문가 패널은 5대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