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첫 1000만 영화 등극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이 1000만 관객에 도전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일로 여겨진다.
최근 몇 년 새 다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거잖아"라는 국내 성인 관객들의 뿌리깊은 인식은 여전했다.
겨울왕국의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 몰이는 이러한 통념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여기에는 작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는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한 마케팅 전략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전날에만 전국 776개 스크린에서 3497회 상영된 데 힘입어 32만 556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날까지 겨울왕국의 누적관객수는 865만 829명으로 9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겨울왕국은 지난달 16일 개봉 이래 4일 만에 100만 명, 11일 만에 300만 명, 17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쿵푸팬더2'(2011년 506만 명 동원)를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겨울왕국은 이후에도 계속된 흥행 몰이로 '트랜스포머3'(2011년 778만 명 동원)를 누르고 역대 외화 흥행 3위에 오르더니, 2위 '아이언맨3'(2013년 900만 관객 동원)의 기록 돌파도 눈앞에 뒀다.
'겨울왕국'의 한 장면
사실 겨울왕국이 이 정도로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목표 관객은 어린이와 가족' '한국에서는 드림웍스의 작품만 잘 된다'는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깨지지 않는 특수성이 작용해 온 까닭이다.
월트디즈니 컴패니 코리아㈜(이하 디즈니 코리아) 장혜조 부장은 "전 세계에서 월트디즈니가 드림웍스에 밀리는 나라는 한국뿐인데, 이는 '슈렉' '쿵푸팬더' 시리즈 등 드림웍스 작품의 메시지나 유머가 성인 관객을 겨냥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겨울왕국 이전 한국의 애니메이션 흥행작 톱 10에는 디즈니와 디즈니 계열사인 픽사의 작품이 없었고, 7개가 드림웍스의 작품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월트디즈니 본사도 이러한 특수성을 알고 있던 지라, 디즈니 작품 가운데 100만 관객을 넘어 최고 흥행작에 오른 라푼젤(2011)의 기록을 겨울왕국으로 깨 보자는 데 목표를 뒀었다"며 "그런데 개봉 전 시사에서 군인 등 남자들끼리 작품을 보러 오는 데다,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넘는 것을 보면서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고 덧붙였다.
디즈니 코리아는 겨울왕국과 관련해 철저하게 성인관객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지금의 3040세대가 어린 시절 '라이언 킹'(1994), '미녀와 야수'(1991) '인어공주'(1989) 등 디즈니 작품을 보고 자란 만큼, 이들이 겨울왕국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까닭이다.
'키즈 프리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애니메이션 사상 전 세계 최초로 13세 이하 관객의 출입을 금하는 시사회를 열고, 아이돌 등 연예인 관객의 목소리 연기를 철저히 배제한 채 전문 성우와 뮤지컬 배우들을 더빙에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철저한 성인 관객 공략…뮤지컬 팬층까지 흡수
'겨울왕국'의 한 장면
겨울왕국은 전문 뮤지컬 배우를 더빙에 참여시킴으로써 뮤지컬 팬층까지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막과 더빙의 관람 비율이 6대 4 정도로 엇비슷한 점도 더빙 수준이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재관람에 나서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부장은 "라이언 킹을 3D로 만들어 2003년 재개봉을 했을 당시 30만 관객이 들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 관객을 목표로 겨울왕국을 홍보하는 데 뜻을 모았다"며 "최근 2년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의 자막과 더빙 상영 비율은 1대 9였는데, 애니를 아동물로만 보고 성인 관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안 걸어 주려는 극장 측을 설득하는 과정도 힘들었다"고 했다.
겨울왕국의 마케팅은 본사의 지지 아래 디즈니 코리아가 단독으로 진행했다.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 '어벤저스' 시리즈 등이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 시장의 특수성과 중요도를 본사도 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장 부장은 "한국에서는 지난해 아이언맨3가 세계 흥행 2위를 했고, 겨울왕국도 북미를 제외하면 1위 등극을 앞두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디즈니 본사도 최근 한국 관객을 위해 겨울왕국의 감독과 작곡가 등의 축하메시지를 만들어 보내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