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111명 30일간 신문…녹취자료만 7일간 증거조사
국정원 직원·제보자 노출방지 가림막…방청권 추첨 진풍경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지난 3일 결심공판의 법정 내부 촬영을 언론에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커 자료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인데 재판정 공개는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및 5.18사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재심을 거쳐 무죄판결)이후 34년 만인 이번 내란음모 사건 재판은 그 의미만큼 갖가지 진기록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12일 시작한 이후 17일 선고공판까지 98일간 46차례에 걸쳐 공판이 진행됐다. 4차례 공판준비기일(작년 10월 14일∼11월 7일)을 포함하면 127일이나 걸린 대장정이었다.
'적시처리 필요사건'으로 주말과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판이 열렸다. 적시처리 사건은 2주 간격의 일반 사건과 달리 집중심리를 벌이지만 매주 4차례 강행군은 매우 드문 사례다.
형사재판 1심 최다 공판횟수를 기록했던 12.12 및 5.18사건의 1심 공판은 34차례 열렸다.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의 비중에 걸맞게 검찰은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중심으로 공안검사 7명을 공소유지 검사로 내세웠다.
수원지검 외에 정재욱 대검 공안부 연구관실장과 북한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옛 국가안전기획부 직원 사건(일명 흑금성 사건)으로 올해의 검사상을 받은 공안통 검사들이 수사진용을 갖췄다.
변호인단은 21명의 대규모 진보계열 변호사로 맞섰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칠준 변호사가 단장을 맡았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이 대표 남편으로 2002년 민혁당 사건 당시 이석기 피고인을 변호한 심재환 변호사가 합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도 선임계에 이름을 올렸다.
수사기록도 방대해 이 피고인만 A4용지 1만2천여쪽, 전체 피고인 7명은 2만여쪽에 달했고 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 분량은 68쪽이나 됐다. 판결문도 470쪽을 넘겨 재판부는 요지만 설명했다.
증인 규모도 기록적으로 검찰 측 88명, 피고인 측 23명 등 모두 111명의 증인이 하루 3∼6명씩 30일에 걸쳐 법정에 섰다.
RO모임 참석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국정원에 넘긴 제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나흘간 이어졌다.
녹취록 29개와 녹음파일 32개(2012년 8월∼2013년 7월 녹음된 50여 시간 분량)에 대한 증거조사도 7일에 걸쳐 진행됐다.
법정 안팎에서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국정원 수사관과 제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병풍모양 가림막 4개를 방청석과 증인석 사이에 설치하고 경위로 하여금 검은 우산 2개를 펼치도록 해 신분 노출을 막았다.
첫 공판 사흘 전부터 보수·진보 단체의 줄 서기로 과열되자 재판부는 매주 수요일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나눠줬다. 첫 방청권 경쟁률은 14.5대 1이었고 26장을 배포한 선고공판은 229명이 신청해 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찰은 공판 때마다 법원 주변에 100∼8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법원은 이번 공판을 계기로 청사 방호계획을 새로 마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