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개인전 아픔을 씻고 팀추월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자료사진)
이승훈(26, 대한항공)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이승훈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5,000m와 1만m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5,000m에서는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1만m에서는 13분11초68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금은동을 모두 휩쓴 네덜란드의 벽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이승훈은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바로 후배들과 함께 하는 팀추월(21일 시작)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팀추월은 3명이 함께 400m 트랙을 8바퀴(여자 6바퀴)를 돈다. 두 팀이 반대편에서 출발하고, 3명 중 가장 느린 주자의 기록으로 승패를 가린다. 보통 3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끈다. 앞에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 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단 팀의 3번째 선수가 다른 팀의 3번째 선수에게 추월 당할 경우 패한다.
한국은 이승훈 외에 김철민(22), 주형준(23, 이상 한체대)로 팀을 꾸렸다. 김철민과 주형준은 1,500m 출전을 포기할 정도로 팀추월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승훈을 비롯해 김철민, 주형준 모두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팀추월에서 쇼트트랙 경험은 장점이다. 개개인의 실력은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팀추월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 쇼트트랙 출신답게 여러 명이 함께 트랙을 도는 레이스에 익숙하고, 호흡도 잘 맞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변수는 대진운이다. 올림픽 팀추월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편성만 좋다면 결승 진출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종목이 바로 팀추월이다.
특히 팀추월은 지난 12월 베를린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히 입상하는 등 컨디션도 좋다. 이승훈 역시 팀추월을 가장 자신있는 종목으로 꼽고 있을 정도.
비록 개인전에서는 네덜란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팀추월은 또 다르다. 물론 팀추월도 네덜란드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지만 이승훈의 레이스는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