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이상은의 새 앨범은 그녀의 응접실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친근하다.
이상은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브이홀에서 정규 15집 앨범 ‘루루’(LuLu) 발표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 앨범은 지난 20일 발매됐다. 이상은은 “화려한 작업도 많이 해봤지만 이번엔 청자들을 저의 응접실로 초대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상은은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 편곡과 사운드 메이킹을 했으며 홈레코딩을 실현함으로써 독특한 음악적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같은 녹음 방식을 통해 꾸미거나 다듬지 않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냈다.
이상은은 “작업은 저의 응접실과 편곡을 도와주신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 씨 스튜디오를 오가며 했다. 지금까지 청자들을 바깥의 카페나 공원 같은 곳에서 만나왔다면 이번엔 저의 응접실로 초대한, 좀 더 가까워질 것 같은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 녹음하다 보면 자장가 부르듯 조용하고 부드럽게 부르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 되는 게 좋아서 26년 동안 계속 음악을 해왔는데 그렇게 도닥여줄 수 있는 음악은 화려한 스튜디오보다 내 방에서 부르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아날로그적 감성은 이날 쇼케이스에서 잘 느껴졌다. 이상은은 ‘태양을 가득히’, ‘들꽃’을 불렀다. 건반과 기타의 정직한 연주에 맞춰 울려 퍼지는 이상은의 담백한 목소리는 공연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잔잔하지만 우직한 목소리의 힘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타이틀곡 ‘태양은 가득히’는 꿈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다. 너무 멀어 흐릿하게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달리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향하고 있는 작은 별은 사실 당신의 가슴 속에 거대하고 밝게 타오르는 태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상은은 “음악을 하다 보면 집중이 안 될 때도 있고, 포기할까 싶은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음악을 해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일기장에 쓰듯 내 자신에게 응원가를 만들었다. 이 곡도 마음속에 있는 자신만의 생명력으로 잘 해나갈 거라는 응원가”라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타이틀곡 경합을 벌였던 ‘캔디캔디’는 이상은이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서 쓴 곡이다.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달콤한 멜로디와 위트 있는 가사로 완성됐다.
이밖에도 이번 앨범에는 희망과 아련한 그리움, 삶에 대한 소박하지만 진정성 가득한 이상은의 시선들이 오롯이 담긴 노래들로 채워졌다. 80년대 올드팝 사운드가 담긴 ‘1985’,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 같은 ‘무지개’ 등 9곡이 수록됐다.
이상은의 삶도 녹아있다. ‘루루’는 이상은의 단골 빈티지 옷가게 이름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을 이 곡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들꽃’은 이상은이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을 담았다.
이상은은 “이번에 편곡을 직접 해봤는데 부끄럽고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 나름 공부를 하긴 했지만 또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새로운 출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운드의 옷을 직접 만들어 보니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앨범 내게 돼 기쁘고 만족한다. 앞으로도 계속 만들 수만 있으면 좋겠고 계속 나만의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