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시즌 프로농구 MVP 후보인 LG 문태종이 SK 헤인즈를 제치고 골밑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국내 프로농구에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찾아왔다.
'3월의 광란'은 매년 3월에 개최되는 미국 대학농구(NCAA) 68강 토너먼트의 열기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2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SK의 경기는 흔히 말하는 정규리그 54경기 중 한 경기가 아니었다. 정규리그 우승의 가능성을 향한 과정의 단판 토너먼트 승부와 다름 없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 농구 관계자는 "오늘 지는 팀은 이제 6강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오늘은 시작부터 공격권 1개라도 허무하게 날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진 LG 감독도 같은 마음가짐이었다.
울산 모비스가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이날 승리한 팀에게는 최후의 정규리그 우승 경쟁 무대로 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진다. 반대로 패한 팀은 사실상 우승이 멀어질 뿐더러 상위 2팀에게 주어지는 4강 직행 티켓도 장담할 수 없게된다.
경기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치열했다. 웬만한 몸 싸움에는 휘슬이 불리지 않았다. 선수들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마치 국제농구연맹(FIBA)이 주관하는 국가대항전을 보는 것 같았다.
한때 LG가 17점차까지 앞섰던 스코어가 4쿼터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3점차로 좁혀지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양팀 선수들은 모두 기립했고 관중들의 반응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토너먼트 성격의 경기는 집중력 싸움이다. LG는 81-78로 앞선 4쿼터 막판 데이본 제퍼슨이 알토란 같은 중거리슛을 넣었다. 이후 김종규가 김선형의 레이업을 블록으로 막아냈고 쐐기 덩크까지 터뜨렸다. 창원은 광란의 열기로 휩싸였다.
창원은 마치 '파이널 포(Final Four)' 진출 팀이 가려진 NCAA 경기장의 분위기를 보는 듯 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LG가 SK를 87-80으로 눌렀다. 파죽의 11연승. 이로써 LG는 38승14패로 2위를 지켰고 SK는 36승15패를 기록해 2위에 1.5경기 차 뒤진 3위가 됐다.
문태종은 20점을, 왼 발목 통증을 참고 뛴 제퍼슨은 17점을 넣었고 김종규도 16점 5리바운드를 보태 승리에 기여했다.
'이기면 다음 라운드로, 패하면 집으로', 토너먼트의 성격이 그렇다. 김진 LG 감독은 토너먼트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승리로 우승의 희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정이 참 묘하다. LG의 다음 경기는 오는 7일로 예정된 모비스와의 원정경기. 이날 SK전이 토너먼트 4강이라면 7일 모비스-LG전은 마치 단판 토너먼트의 결승전이 세팅된 것만 같은 분위기다.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 시즌 막판 고추가루 부대에 덜미를 잡힐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그날 경기 결과가 정규리그 우승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비스는 이날 원주 동부를 79-63으로 꺾고 10연승을 달렸다. 39승13패로 리그 1위다. LG와의 승차는 1경기.
모비스는 올 시즌 LG를 상대로 3승2패를 기록했다. 득실점 차이는 4점에 불과하다. 따라서 LG가 동률시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비스를 잡아야 하고 또 5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한다. 여전히 모비스가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