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장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크림사태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크림반도를 장악한 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경고 사격을 가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함정이 흑해로 동시 출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푸틴 "당장 군대 파견 없다...혼란시 모든 수단 동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크림의 긴장 상황은 해소됐으며 이제 군사력 사용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추후 군 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어놨다.
푸틴 대통령은 "혼란 사태가 확산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에 대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지원 요청이 오면 러시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해 무력 사용을 요청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모든 위협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우크라이나 現지도부 인정 안해..만나지 않겠다"
푸틴 대통령은 또 현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실각시킨 현 정권에 대해 '반(反)헌법적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합법적인 유일한 통치자는 야노코비치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현 정부와의 대화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우크라이나에는 합법적 대통령이 없다"며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미국과 유럽이 검토중인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보이콧'에 대해서는 "서방 지도자들이 참가를 원하지 않는다면 올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속되는 긴장감...러시아군 첫 경고 사격
푸틴 대통령이 당장 군대 파견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크림반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국지적,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4일에는 친 러시아군이 비무장으로 항의 시위를 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경고 사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군인 300여명이 일자리를 요구하며 벨벡공항 군사기지를 향해 행진중이었는데 이곳에 배치된 친 러시아군이 접근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경고 사격을 가한 것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이후 사격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푸틴 대통령의 복귀 명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가르는 케르치 해협을 여전히 봉쇄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주장했다.
미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전함이 흑해를 향해 출격했으며 이에 대응해 러시아 함정 2척이 뒤따르고 있다며 여전히 군사적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을 보도했다.
▶美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 경제적 지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에프를 전격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1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억 달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제한 받는데 따른 지원금이다.
미 정부는 또 재무부 기술 고문 등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금융과 에너지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침략 해위'를 비난하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도중 숨진 시위자들을 애도하는 키예프 독립광장을 방문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국제사회의 연대를 느낄 수 있었다"며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과 총리 등 정치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