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차 역차별 우려'가 제기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의 정책 결정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탄소 협력금 제도가 수입차에는 혜택을, 국산차에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환경부와 제도 전반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저탄소 협력금 제도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구간을 나눠 저배출 차량을 사면 보조금을 주고 고배출 차량을 사면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 가운데 중량이 3.5t 미만인 자동차다.
환경부는 애초 작년 하반기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준비기간 등을 이유로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 제도의 시행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유럽과 일본의 디젤·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보조금이 지급되고 국산 중·대형 차량에는 부담금이 매겨져 상대적으로 국내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아직 보조금-중립-부담금 등 3구간의 적용·부과 기준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작년 제도 추진안에서 보조금은 최대 300만원, 부담금은 최대 700만으로 설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당 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전기차 도요타 프리우스가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되며 하이브리드 차량과 경차 모델들이 보조금 대상에 해당한다.
SM3, 아반떼 등은 중립 구간에 포함되고 그랜저, 코란도 C 등은 부담금 구간에 속한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모델인 BMW 520d는 ㎞당 115g, 디젤 엔진을 장착한 폴크스바겐 골프는 101g을 배출해 경차 쉐보레 스파크(115g)와 비슷한 수준으로 중립 혹은 보조금 구간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1월 기자간담회에서 "BMW 같은 수입차는 보조금을 받고,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등 국산차에는 과태료를 부과해 수입차에 차별적인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열린 산업부와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차 박광식 부사장은 "엔저로 어려운 상황인데,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제도 재검토는 이런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국내 업계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하니 산업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생산국 중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세계적 추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움직임을 과도한 규제로 몰아 무조건 철폐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절한 수준의 규제는 불가피한 만큼 시기와 내용을 조정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산업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 합동 논의를 거쳐 4월 안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