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일부 요원들이 CIA 공작 내용을 조사하던 상원 정보위 소속 조사관들의 PC를 불법으로 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CIA가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AP통신 등 외신이 5일 보도했다.
정보위 조사관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 당시 CIA가 알 카에다 조직원 등 외국 테러범이나 용의자 등을 해외 비밀감옥에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신문하는 바람에 인권 침해 시비와 함께 미국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한 비밀공작 내용을 조사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논란이 많은 신문 공작에 대한 CIA 내부 평가 보고서 초안을 정보위 조사관들이 어떻게 입수했는지를 밝히려고 CIA 요원들이 조사관 전용 PC를 수색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미 정보기관이 의회 컴퓨터망에 접근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권력 분립을 명시한 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감찰실이 이런 사실을 발견한 후 정보위에 수색 사실을 통보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CIA가 헌법을 위배했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이어 감찰실이 관련 요원들의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법죄 수사를 위한 근거가 되는지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민주당)도 진상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의혹을 처음 폭로한 맥클라치 신문은 부시 행정부 당시 CIA가 자행한 고문 행위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정보위 소속 조사관들이 수백만쪽 분량의 극비 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CIA 본부 내 안전 공간에 컴퓨터를 마련해 주었다고 보도했다.
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비밀로 분류된 6천300쪽 분량의 비밀감옥 및 신문 공작 관련 내부 검토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압박했으나, 존 브래넌 CIA 국장은 지난해 6월 정보위에 보낸 반박문을 통해 이 보고서가 여전히 비밀 상태라면서 구체적인 파악 내용 등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내부 검토 보고서 존재를 폭로한 마크 유돌 상원의원(민주당)은 "보고서 내용은 놀랄만하며, 이는 CIA의 공식적인 반응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유돌 의원의 이런 주장은 결국 CIA의 화를 부추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분명하면서도 간단한 사실은 CIA가 정보위를 협박하려했다는 것"이라면서 "CIA가 의회 감시를 결코 회피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