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로 귀속할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투표가 국제법에 부합하며 투표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이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17일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크림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에 대한 2차 제재를 결정한다.
프랑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3차 제재 방안의 하나로 러시아에 곧 넘길 상륙함 수출을 거부하는 등 군사 협력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크림 주민투표…파장에 주목
러시아계 주민이 상당수 거주하는 크림 자치공화국은 의회 결정에 따라 두 주도 채 안 돼 일사천리로 러시아에 귀속할지를 묻는 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정오께 투표율은 약 44%로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많은 주민이 러시아 국기와 닮은 크림 공화국 국기와 꽃다발을 들고 투표소로 향했다. 심페로폴의 레닌광장에서는 주민투표를 축하는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친러시아계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총리는 투표 후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자 앞으로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며 "오늘 밤 우리는 이를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우크라이나계인 타타르족이 주류인 크림 중부의 바흐치사라이시는 차분한 모습으로 주로 러시아계 주민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타타르계 공동체 지도자들은 주민투표에 불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2차대전 때 나치를 도왔다는 이유로 옛 소련 스탈린 정권시절 박해받았던 타타르계 주민들은 크림의 러시아로 귀속을 반대하고 있다.
크림반도에 주둔하는 우크라이나 군대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러시아로 귀속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온 후 친러 무장세력의 공격과 주민 폭동 등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흑해함대와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오는 21일까지 크림 내 우크라이나 기지의 봉쇄를 풀고 공격하지 않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현지 언론에 밝혔다.
◇푸틴 "주민 결정 존중"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한 전화 통화에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의 주민투표가 국제법을 준수한 합법 행위며, 주민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을 확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소요 사태를 살펴볼 감시단을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압박 공세를 강화해 백악관 댄 파이퍼 선임 보좌관은 NBC 방송에 출연, "푸틴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을 것이며, 그 결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헌법 개정을 추진해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EU 제재…프랑스, "군사협력 중단 검토"
EU는 크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는 17일 EU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2차 제재를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브뤼셀에서는 16일 EU 회원국 대사들이 러시아 제재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막판 조율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