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석의 삭발 투혼이 오리온스의 분위기를 바꿨다. (자료사진=KBL)
"모레 경기는 면도까지 하고 나오겠습다."
오리온스와 SK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의 화두는 오리온스 장재석이었다. 2차전 패배 후 곧바로 미용실로 달려간 장재석은 경복고 시절 이후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
장재석은 17일 SK전에서 17점, 5리바운드로 활약하며 81-64 승리를 이끌었다. 장재석의 삭발 투혼과 함께 오리온스도 벼랑 끝에서 탈출하면서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추일승 감독은 "1~2차전을 지고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정신력을 보여준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면서 "불을 붙인 선수가 바로 장재석이다. 자신의 실수도 있었지만, 선수들의 투혼을 불러일으켰다"고 장재석을 칭찬했다.
그렇다면 장재석은 왜 삭발을 했을까.
일단 장재석은 "SK에게 한 번도 못 이겼다. 플레이오프에서도 2패를 해 분위기가 다운됐고 팀원들도 포기할까봐 절대 포기는 없다는 각오로 삭발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전형수와 최진수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듯 웃었다. 물론 팀 분위기를 살리자는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2차전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장재석이 자진 삭발을 했다는 생각이었다.
최진수는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머리를 자르고 와 의아했다. 물론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좋다. 1~2차전 부진으로 잘 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전형수도 "삭발은 2차전에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한 반성의 의미이자, 절대 3연패를 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인 것 같다. 재석이 삭발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재석은 "모레 경기는 면도까지 하고 나오겠습니다"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4쿼터 장재석의 활약은 눈부셨다. 프로 데뷔 첫 3점슛에 앨리웁, 시원한 속공 덩크까지.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수비에서도 애런 헤인즈를 묶었다. 앤서니 리차드슨이 "오늘처럼 잘 한다면 항상 삭발을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
장재석은 "그 전에 슛이 몇 개 들어가 자신있게 던졌다. 리차드슨이 줬을 때 쏘라고 준 줄 알았다. 시간도 3초 밖에 안 남아서 던졌다"고 3점슛에 대해 설명한 뒤 "기분은 좋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5차전까지 이기고 울산으로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