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송은석기자)
조작한 허위 서류를 근거로 1조8,000억 원을 대출받아 이 가운데 약 3,000억 원을 착복한 KT ENS 대출 사기 사건.
희대의 대출 사기에 대기업 KT 자회사인 KT ENS 내부는 물론 금융감독원 간부까지 개입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3급 직원인 김 모(50) 팀장은 이번 사기 대출의 주범인 KT ENS 협력업체 대표 서 모 씨와 전 모 씨 등과 지난 2008년 이전부터 친분을 쌓았다.
김 팀장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1월 29일에 서 씨, 전 씨 등과 수십 차례 통화했다.
금감원 조사국에서 불법 대출 의혹 조사가 시작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 팀장은 또, 이틀 뒤인 같은 달 31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들과 만나 금감원 조사 내용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팀장은 조사국 동료를 통해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출 사기에 연루된 협력업체 대표들의 항변을 금감원 조사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기도 하는 등 사건 무마에 힘쓴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김 팀장의 실시간 조사 속보를 전해 들은 대출 사기 주모자 전 모 씨는 결국 며칠 후 홍콩을 경유해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경찰은 전 씨가 현재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 바누아투공화국까지 숨어든 것으로 보고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팀장은 불법 대출을 주도한 서 씨와 공동으로 경기도 시흥에 있는 시가 230억 원짜리 농장을 구입하면서 1억 원을 투자했다.
일주일 만에 1억 원을 회수했지만, 김 팀장은 현재 해당 농장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
공직자 재산 등록도 마친 상태다.
김 팀장은 또, 필리핀 등 해외에서 골프 접대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때부터 대출 사기를 주도한 대표들이 김 팀장과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대가성을 집중 수사 중이다.
또, 김 팀장과 함께 이번 대출 사기에 연루된 다른 금감원 관계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허위 매출채권양도 승낙서 등을 담보로 1조 8,000억 원이 넘는 부정 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부장 김 모 부장과 협력업체 대표 등 15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