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전격적으로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자 거센 공분이 일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터키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새벽에 발표한 성명에서 접속 차단은 트위터가 일부 사생활을 침해한 불법적 내용의 링크를 삭제하라는 터키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터키 통신청(TIB)도 웹사이트에 법원이 트위터에 링크를 삭제하도록 명령한 내용을 공지하고 사법 당국의 결정에 따라 보호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접속 차단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우리는 트위터를 뿌리 뽑을 것"이라며 "법원의 명령도 있다"고 공언한 지 수 시간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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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부르사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하면서 "나는 국제 사회가 뭐라고 말하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터키 공화국의 힘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차단 방침을 밝혔다.
터키 트위터 사용자들은 접속이 차단되자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설정을 변경하고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하는 우회접속 방법을 공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 일간지 줌후리예트는 접속차단에 항의하는 '봇(bot)계정' 수천 개가 생성돼 '우리는 트위터를 위해 거리로 나가겠다'는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달아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봇계정이란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트위터에서 자동으로 글을 올리거나 팔로워 수를 늘려 영향력이 큰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허위 계정이다.
터키에선 올해 초부터 집권당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지다 지난 11일 최루탄에 맞은 15살 소년이 9개월간 혼수상태 끝에 숨진 것을 계기로 시위가 격화됐으며 최근에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트위터는 정책팀이 운영하는 공식 계정을 통해 터키의 이동통신사별로 SMS를 통해 트위터를 이용하는 방법을 공지했다.
유럽연합(EU) 니리에 크루스 집행위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터키의 트위터 접속 차단은 근거도 없고, 무의미하며 비겁하다"며 "터키 국민과 국제사회가 이 검열을 지켜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터키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여론의 다양성을 통해 강화된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할루크 코치 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에르도안 총리를 상대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터키변호사협회 역시 법원에 차단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압둘라 귤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소셜미디어 플랫폼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승인될 수 없다"는 글을 올려 반대를 표명했다.
귤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우회접속 방식인지 SMS를 이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알리 바바잔 부총리는 이날 CNBC-e 채널에 출연해 접속 차단이 오래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트위터가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사생활 보호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한다"며 이번 차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위터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접속을 제한한 것이며 현재로서는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를 차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6일에도 자신의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유튜브에 잇따라 공개되자 필요하면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에르도안 총리는 민영방송인 ATV와 인터뷰에서 오는 30일 지방선거를 치른 다음 인터넷의 부정적 문제에 추가 조치를 하겠다며 접속 차단 방침을 밝혔다.
이미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해 야당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정부의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터키는 지난 2007년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독하는 영상을 올렸다며 처음으로 유튜브 접속을 금지한데 이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유튜브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