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생아 예방 백신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엔 학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기름을 끼얹었다. 미국의 '막말 정치인'을 대표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대통령이라면 적당량의 백신을 투여하도록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과다한 백신 투여, 이른바 '원샷' 접종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트럼프는 2012년 보수매체인 폭스 방송에서, 지난해에는 트위터를 통해 연관설을 유포시킨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의학계가 '괴담'이라고 일축해 논란이 금세 잦아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이를 대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자폐아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 발표로 미국 사회에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CDC는 자폐아 급증세의 원인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만 8세에서 자폐아 비율이 88명 중 1명에서 68명 중 1명꼴로 2년 사이에 30%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CDC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리얼리티쇼 스타인 크리스틴 카발라리가 "자폐증에 걸릴까 걱정돼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연관설 확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프로풋볼(NFL) 스타인 제이 커틀러(시카고 베어스)와 결혼해 현재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카발라리는 13일 폭스 방송에 출연, "백신을 맞지 않은 집단에선 자폐아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진행자와 논란을 벌였다.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본격 제기됐다.
1998년 영국의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는 "자폐아의 82%에서 백신 접종 때 투여하는 홍역 바이러스가 검출된 반면 정상아 중에서는 7%만 검출됐다"며 연관성을 제기했다.
2007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자폐증연구센터 교수들이 홍역, 볼거리, 풍진을 예방하기 위해 생후 12∼15개월 된 아기에게 접종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백신의 자폐증 유발설은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며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소아과학회는 백신 투여량 논란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연관성을 일축했다.
자폐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임신 중반기 이후에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생성된 비정상적인 신경세포가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