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이' 신(新)우라야스점의 29일 모습. (연합뉴스)
"조금이라도 쌀 때 더 많이 사는 게 이익이다."
다음 달 1일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마지막 주말 일본에서 소비자의 사재기와 이를 겨냥한 기업의 판촉활동이 두드러졌다.
현재 5%인 소비세율은 4월 1일부터 8%로 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에 인상된다.
이 때문에 인상 직전에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29∼30일 일본의 주요 유통업체에는 막판 사재기 쇼핑객이 쇄도했다.
슈퍼마켓, 생활용품 판매점 등에는 주류, 화장지, 세제, 목욕용품, 라면, 반려견 사료, 먹는 샘물, 상비약 등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려는 소비자가 몰렸고 주유소에도 연료통을 채우려는 차량이 장사진을 이뤘다.
유통업체는 세율 인상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사재기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에 주력했다.
마루에쓰 등 대형 슈퍼마켓은 증세 전 특별가격을 써 붙인 맥주를 매장 입구에 대량으로 쌓아놓고 손님 끌기를 시도했다.
도심 곳곳에서는 '어차피 살 것이라면 세금이 오르기 전에' 등의 홍보 문구를 붙인 매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재기와 이에 편승한 마케팅은 의류, 전자제품, 고가 가방, 화장품, 고급 시계 등 여러 분야에서 이어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저장용 냉장고를 새로 구입해 사재기한 백신을 가득 채우는 병원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타블로이드판 신문은 유통업체가 증세 후에 더 싼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사두면 손해인 상품 리스트를 게재하는 등 사재기 전략에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세율 인상의 여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재기 효과와 세율 인상이 주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다음 달 이후에는 소비 수요가 한동안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97년 4월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렸을 때 이러한 경향이 확인됐다.
일본 백화점협회의 집계로는 세율 인상 직전인 그해 3월에 전년 3월보다 매출이 23% 늘었지만, 인상을 단행한 4월에는 판매가 14% 감소했으며 장기간 수요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 후 경기 변화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가 민간 이코노미스트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ESP 예측조사'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제거한 올해 1분기의 실질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4.60% 증가하고 2분기에는 4.10% 감소할 것으로 이달 초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개인 소비가 7월에는 꽤 회복할 것"이라는 구마가이 미쓰마루(熊谷亮丸) 다이와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견해를 전하며 소비가 4월에 급감했다가 늦어도 여름에는 증가하기 시작하지만 완만한 증가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은 4월에 제품 구매 때 주는 포인트를 평소의 2배로 늘리기로 했고 백화점 타카시마야(高島屋)는 4월에 쓸 수 있는 1천엔권 할인 쿠폰을 55만장 배포하는 등 유통업체 나름대로 수요 감소에 대비 중이다.
늘어난 세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세금 인상분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올라 서민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도쿄전력 등 10개 전력회사와 도쿄가스 등 4개 가스회사는 5월 청구 요금부터 증세분을 요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이동통신업체도 소비세 인상분만큼 즉시 요금을 올린다.
코카콜라, 산토리식품, 아사히음료, 기린베버지리 등 자판기를 운영하는 음료업체는 음료 판매 가격을 10엔씩 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