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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불경기를 타지 않는 것일까?
올해 초 경기가 아직 회복의 조짐을 보이기 전에도 백화점 명품 매장은 소리소문없이 붐볐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쉬쉬하면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5월 백화점 명품 매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소비의 증가는 특정 계층의 무분별한 고가 제품 소비 심리에 기인하지만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품 소비층이 두터워져 전체 소비 기반이 확대되면서 명품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과 병행수입업체들이 잇따라 공격적으로 직수입 판매에 나서면서 명품에도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명품 판매가격은 백화점보다 30~35% 가량 낮다. 소비자들에게는 당연히 즐거운 일이다.
면세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직수입 명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GS이숍 명품관은 지난달 7일 문을 연 이래 일일 평균 1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GS이숍의 신진호 과장은 "한 달 만에 전체 57개 품목 중 30개가 품절되는 등 전체 수량의 70%가 품절된 상태"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뜨겁다고 말했다.
20여개 해외 수입 브랜드, 2000여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CJ몰은 현재 직수입 제품과 병행수입 제품을 6.5:3.5 정도의 비율로 갖추고 백화점보다 20~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CJ몰은 지난 2005년 9월 직매입을 시작한 이래 명품 판매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까지만도 15억 정도의 매출을 올린 상태고 하반기에는 20억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닷컴도 최근 ''해외 명품 직배송 매장 - 밀라노 다이렉트''를 열고 프라다, 발리 등 해외 유명 브랜드 100여개의 최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100여개로 추산되고 있는 병행수입업체들도 물품을 납품하고 수수료를 받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명품 가격 인하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 유통 형태별 제품 가격을 보면 가격 차이가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현재 백화점에서 8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는 구찌 핸드백이 면세점에서는 747달러(약 68만6000원), 온라인몰에서는 67만원, 병행수입업체 매장에서는 57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오픈마켓과 직병행수입업체의 활성화가 명품의 가격 인하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통 구조의 간소화에 기인한다.
백화점이나 정식 매장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코리아''란 이름이 붙은 지사나 에이전트가 공급한 물건만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본사의 가격 정책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 직수입업체나 병행수입업체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 현지 매장, 소매점 등과 계약을 맺고 이들이 본사로부터 현지가에 공급받은 물건들을 받아 오면서 본사의 가격 정책과는 무관하게 유통이 될 수 있다.[BestNocut_L]
이때 병행수입업체들 중 구매력을 인정받은 일부 업체들은 많게는 현지 소매가의 40~50%까지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한국에서 30%대의 판매 수수료를 붙여 판다고 해도 백화점 가격보다 30%이상 싸게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오픈마켓들도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비해 낮은 가격에 평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병행 판매업체들에 비해 역부족인 이유는 바잉파워 때문이다.
병행수입업체들은 현지의 아울렛 매장 딜러와 계약을 맺고 한 시즌 정도 지난 제품을 보다 더 저렴하게 들여와 팔기도 해 가격이 백화점 정상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지 정상 매장에서 구입을 해오는 온라인 오픈마켓 관계자 등은 "병행수입업체들이 가져오는 제품은 진품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가격이 싼 것만 보고 사면 가짜에 속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대규모로 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이 싼 것"이라면서 가품(가짜)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명품 아울렛 쇼핑몰 하이브랜드 박주환 차장은 이에대해 "병행수입업체들이 급증하면서 일어나는 병폐 중 가품 논란은 그 대표적"이라면서 "에비던스(evidence)라 불리는 본사 발행 영수증을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최근 신세계첼시 여주프리미엄아울렛 개장과 면세점의 대대적할인행사도 명품을 좀 더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명품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품의 가격 거품은 빠지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