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삼척,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항공기(위로부터, 국방부 제공)
최근 민간인에 의해 잇따라 발견된 북한 무인항공기 소동으로 인해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군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의 한 야산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무인항공기, 지난달 31일 서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그리고 지난 6일 강원도 삼척시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세 건 모두 민간인에게 발견됐다. 특히 삼척 무인기는 이미 6개월 전 심마니가 발견했지만 이제야 신고된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띄운 것으로 보이는 무인항공기가 민간인들에 의해 잇따라 발견되고 있으나, 정작 군이나 경찰, 또는 정보 당국에 의해서는 아직까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동서를 막론하고 우리 군의 대공망이 뚫리고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영공을 침범해 정찰을 하고 다녔는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군 당국의 한심한 역량과 대처는 충격마저 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사태를 처음으로 언급하고, 북한의 ‘초보 무인기’에 의해 방공망이 뚫린 사실을 강하게 질책했다.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과 지상정찰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군 당국의 경계 허술은 영공만이 아니다. 영해와 휴전선도 마찬가지다. 18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새벽 1시쯤, 북한 무장공비 26명이 타고 침투하다 강릉 앞바다에 좌초한 잠수함을 기억하는가? 이 잠수함을 발견해 당국에 신고한 것도 바로 민간인 택시기사였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에 의해 휴전선이 뚫린 ‘노크 귀순 사건’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일이 터지고 나면 경계태세를 강화한다,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한다, 부산을 떨지만 국민은 믿을 수가 없다. 사후약방문이고, 사후 호들갑이다. 전투에서 진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 지휘부의 책임을 물을 것 같은가? 아닐 것이다.
대비책을 세운답시고 첨단 장비 도입용 국방비나 증액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