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폭력배 소탕 등 국내 범죄를 전담하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이 비밀리에 미군 대테러부대와 해외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보도했다.
WP는 FBI가 통합특수전사령부(JSOC) 요원들과 함께 2001년 9·11사태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파나마, 소말리아, 리비아 등에서 이슬람 테러 조직 알 카에다 간부진 등 주요 테러 용의자 색출과 제거 등 비밀 작전을 해왔다고 전했다.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해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해군 특수전연구개발단(데브그루)과 영화 소재로도 많이 다뤄진 육군 소속 델타 포스가 주축인 극비 대테러부대 JSOC와 FBI가 손을 잡은 것은 이해관계가 서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RELNEWS:right}
JSOC로서는 주요 테러 용의자나 반군 간부 색출 등에 유용한 디지털 감식 기법과 장비 등 FBI가 가진 전문성을 이용할 수 있고, FBI는 JSOC의 도움으로 체포한 주요 테러 용의자들을 미국 법정에 세우는 데 필요한 증거 확보와 감시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에서의 대테러전에 동원된 FBI 요원들은 대부분이 인질구출팀(HRT) 소속으로 이들은 데브그루나 델타 포스 또는 이들을 지원하는 레인저 팀에 배속돼 임무를 수행했다.
FBI는 2003년 초 JSOC의 요청으로 두 명의 대테러 관련 간부를 아프간 바그람 기지로 파견했다. 이 기지에 본부를 두고 현장지휘를 하는 JSOC 부사령관이 범죄자 검거 경험이 있고 인질구출 훈련을 받은 두 사람이 데브그루 작전팀에 배속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HRT를 지휘한 제임스 야콘 차장보는 JSOC 측이 알 카에다 간부 등 '영양가' 있는 고급 목표물을 추적해 체포나 제거하는 것이 FBI가 조직범죄를 다루는 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두 조직 요원들의 합동작전이 본격화된 것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였다. 초기에는 HRT 요원들의 임무는 수도 바그다드의 안전지대(그린 존)를 벗어나는 다른 FBI 동료들의 경호에 머물렀지만, 점차 임무가 확대됐다.
당시 JSOC 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털 중장은 데브그루나 델타 포스 요원들이 작전을 수행할 때 FBI 요원들도 함께 참가해 증거 수집과 신문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JSOC 작전팀의 활동이 확대되고, 작전 속도와 특성도 빨라지고 복잡해지면서 민감 지역 탐사와 신문 같은 FBI의 전문성이 유용하다고 판단해 FBI 요원들을 배속시켰다"고 밝혔다.
2005년 이라크 파견 HRT 요원들은 모두 JSOC 산하에 배속됐으며, 요원 수는 전체의 10%인 12명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FBI는 JSOC에 계속 요원들을 파견해 임무를 수행했다.
작전 수행 과정에서 FBI 요원들의 희생도 뒤따랐다. 2008년부터 아프간 내 JSOC의 임무가 미국을 상대로 범죄 행위를 기도하지 않은 탈레반이나 반군 세력 무력화 쪽으로 변하면서 FBI의 요원 배속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2010년 FBI는 JSOC 측의 간청에도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2011년 아덴만에서 미국인이 탄 요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을 때 FBI 요원들은 해군 특전단(SEAL) 작전팀에 배속돼 함께 임무를 수행했다.
또 지난해 10월 소말리아에 은신한 케냐 폭탄테러 주요 용의자 검거 작전 때와 리비아에 스며든 알 카에다 용의자 체포 작전 과정에도 FBI는 JSOC 작전팀과 합동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