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기 피해예방 대책을 홍보한다며 각 금융사에게 '가두 캠페인'을 실시하라고 지시해 금융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은행연합회 등 11개 금융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가두캠페인 등 금융사기 피해예방 홍보 대책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금융권 합동의 홍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공동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각 금융협회가 소속 금융사의 실행계획 등을 취합한 뒤 개별 금융회사가 홍보 활동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우선 각 금융회사별로 직원들을 추려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에 유동인구가 밀집된 지하철역과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가두캠페인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회사들은 현수막과 어깨띠, 리플렛 등을 자체 제작해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0일 사이에 가두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각 회사별로 참석 가능한 인원과 가두캠페인 일정을 취합해 이번 주 안으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가두캠페인 외에도 각 금융회사 홈페이지의 팝업광고와 영업점 LCD TV, 옥외 전광판 문자광고, 영업장내 포스터와 리플렛 등을 통한 금융사기 피해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전시성 행정을 위해 금융회사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여주기에는 가두캠페인이 좋을지 몰라도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금융당국은 지시만 하면 되지만 각 금융회사들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홍보 활동을 벌여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대책의 실효성을 얼마나 검토하고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가두캠페인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금감원의 지시이기 때문에 따르지 않기도 어려운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