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접했던 충격적인 범죄들이 드라마와 교양프로그램까지 점령했다.
생방송 도중 유괴 당했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인과 아이를 살려내겠다는 엄마의 두뇌 게임. 마니아층의 든든한 지지 속에 방영되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의 출발점은 아동 유괴였다.
더불어 매회 사람이 죽고, 폭행, 감금 등 강력 범죄가 등장한다. "무서워서" 혹은 "심장이 떨려 보지 못 하겠다"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제대로 된 장르물이 등장했다며 환호하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형사와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인의 대결을 그린 tvN 새 금토드라마 '갑동이'는 1986년 실제 일어난 사건인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모티프다. 섬뜩한 범죄 현장, 범인의 광기가 날 것 그대로 드러나고 있지만 높은 완성도로 호평 받고 있다.
충격적인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지능범죄까지 나오고 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금융사기가가 배경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기, 살인, 배신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탄탄한 구성에 신문으로만 접했던 화이트컬러 범죄가 결합되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범죄는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베일에 쌓여있던 사건, 사고들을 깊이 있고 밀도 있게 전하면서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제 사건 전문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KBS 2TV '공소시효'는 사건을 재현하고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해 대담을 나누며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여기에 다양한 연출까지 곁들여져 첫 방송 당시 호평 속에 봄 개편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인 5.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처럼 충격적인 범죄 내용을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꼽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멜로는 사적인 영역이라면, 장르물은 사회적인 부분을 건들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사회적인 문제를 스릴러와 엮었을 때 엄청난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 등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르는 양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며 "장르적으로 경쟁을 하기 시작하면, 엽기적인 사건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시청자들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중문화 칼럼리스트 하재근 씨 역시 "연쇄살인, 묻지마 범죄 등이 굉장히 많이 보도가 되고,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일반 대중들이 체감하는 범죄 공포가 올라간 상태"라며 "대중문화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고, 자극을 줘야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최근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