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우리가 접수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타고투저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두산 칸투, 삼성 나바로, KIA 필.(자료사진)
2014시즌 프로야구는 초반 불방망이가 난무하고 있다. 성난 타자들을 막아야 하는 마운드 역시 불난 호떡집마냥 뜨겁다. 경기 후반, 연장까지 이어지는 난타전에 감독들의 머리도 달아오른다.
태풍의 진원지는 예상대로 외국인 타자들이다. 용병 보유가 3명으로 늘면서 반드시 야수를 포함해야 하는 까닭에 3년 만에 다시 리그에 나타났는데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홈런 1위(5개) 조쉬벨(LG)을 비롯해 공동 3위(4개) 스캇(SK), 테임즈(NC), 필(KIA), 공동 9위(3개) 나바로(삼성), 칸투(두산)까지 6명이 홈런 10위 안에 포함돼 있다. 예전 공갈포였던 외인 타자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15일도 테임즈는 롯데와 경기에서 9회 극적인 동점포를 쏘아올리며 연장 승리를 뒷받침했다. 칸투는 삼성과 경기에서 3회 결승 2루타를 뽑아냈고, 나바로는 9회 솔로포로 팀 완봉패를 막았다.
과연 왕년 용병들과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또 이들이 올 시즌 가져온 효과는 어떤 것일까.
▲"용병? 예전엔 아웃 1개…요즘은 힘들어"일단 투수들에게 주는 부담은 상당하다. 삼성 배영수는 "요즘 용병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000년 데뷔한 배영수는 지난 1998년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에 따라 초창기 용병 타자들과 숱하게 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다. 왕년 롯데 거포 호세와 악연은 야구 팬들에게 깊이 각인됐을 정도다. 그런 배영수에게 현재 외인 타자들은 어떨까.
한 마디로 급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배영수는 "사실 그때는 외국인 타자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면서 "내 공도 좋았던 때라 맞붙으면 '그냥 아웃 카운트 1개'일 때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용병들은 덤비는 성향이 두드러져 유인구에 속거나 범타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를 다소 가볍게 보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도 적잖았다.
하지만 올해는 외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배영수는 "무엇보다 쉽게 아웃되지 않는다"면서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방이 있는 데다 정교함까지 갖춰 어지간해서는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수준급 외인 타자들은 그동안 많지 않았다. 호세를 비롯해 우즈(두산), 데이비스(한화), 브룸바(넥센), 페타지니(LG), 브리또(SK, 삼성, 한화) 등이 꼽힌다.
그 외는 대부분 실패작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씁쓸하게 한국 무대를 떠났다. 2011년 가코(삼성)는 58경기 1홈런 타율 2할4푼3리 28타점에 머물렀고, 존 갈(롯데)은 2006년 43경기 무홈런 타율 2할4푼3리 10타점에 그쳤다. 현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인 헨슬리 뮬렌도 2000년 SK에서 14경기 타율 1할9푼6리 1홈런 3타점에 머물렀다.
▲"MLB 경험에 철저한 준비까지 수준이 다르다"
SK 스캇(왼쪽)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약 30억 원의 연봉을 받은 특급 선수다. LG 조쉬벨도 올 시즌 홈런 1위를 달리며 팀이 그토록 찾던 4번 거포 역할을 해내고 있다.(자료사진)
외국인 타자들은 비단 자신뿐 아니라 팀 타선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상대 투수들이 쉬어갈 수 없이 빈틈없는 타선을 만든다는 것이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팀에서 9번째 기량을 갖춘 타자가 빠지고 첫 손가락에 꼽힐 타자가 들어왔다고 생각해보라"면서 "투수들이 편하게 상대할 타자가 없어져 그만큼 부담이 커진 것"이라면서 외인 타자들의 파급 효과를 설명했다.
현재 리그를 강타한 타고투저 현상 역시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만만한 타자들이 없다 보니 투수들이 압박감에 줄줄이 맞아나간다는 것이다.
올 시즌 홈런은 15일까지 111개(59경기)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개(60경기)보다 2배 정도 치솟았다. 득점도 573개(60경기)에서 614개(59경기)로 늘었다. 1경기가 적은 데다 수치가 크게 높다.
전체 타율 역시 2할6푼3리에서 2할7푼3리로 1푼이 높아졌다. 투수 평균자책점도 4.29에서 4.60으로 상승했다. 완연한 타고투저 양상이다.
두산 베테랑 홍성흔은 "요즘 외인 타자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선수들"이라면서 "칸투는 절친 가르시아(전 롯데)에게서 한국야구에 대한 정보를 듣는 등 준비도 철저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방망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과연 타고투저의 양상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