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보도스틸
개봉 첫날 19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예고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2D뿐만 아니라 3D, 3D 아이맥스, 4DX로 개봉했다. 앞서 CJ 4DXPLEX 측은 '역대 4DX 최고의 걸작'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도대체 얼마나 어메이징하길래?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4DX 영화를 본 적이 없어 해외에도 수출되고 있다는 그 특별한 기술을 확인하고자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CGV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4DX는 기존의 영화보기와는 다른 차원의 관람방식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단적으로 영화가 끝난 한참 뒤에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장관을 이뤘던 몇몇 인상적 장면이나 인물들의 감성보다는 초반부 스파이더맨이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후반부 전기 먹는 악당 일렉트로와 격투를 벌일 때 전동의자가 마치 비행하듯 움직이며 마치 캐릭터와 동화된 듯한 그 묘한 기분, 몸이 붕 뜬 것 같은 짜릿함이 더 생생히 떠오른다.
그 결과 이 영화를 관람했다기보다 '체험'했다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기존의 영화 관람에서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이나, 전통적 영화보기에 익숙한 관객으로서는 이런 체험식 영화보기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이가 어린 관객일수록 4DX에 더 열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환장'할듯 하다.
이날 영화를 함께 관람한 20대의 이명진 기자는 "손목으로 거미줄 뻗거나 빌딩숲을 날아다니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4DX로 그런 상상이 현실화되는 기분을 잠깐이나마 느낄 것"이라며 "실제로 에어효과로 인해 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뉴욕 중심가를 가로 지르는 장면은 짜릿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애인과 다정히 손을 잡고 보기보다는 친구들과 편한 복장으로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리얼하고 선명한 화면과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만드는 의자의 움직임이 대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손에 물이 고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최소 한번쯤은 해봄직한 이 독특한 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동의자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스크린 속에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시작된다는 전조로 다가와 마치 롤러코스터가 저 꼭대기를 향해 올라갈 때 느끼는 그 은근한 긴장감에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든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보도스틸
하지만 아무리 반복돼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의자에 주어지는 여러 효과 중에서 등 뒤를 툭툭 치는 자극이다. 마치 뒷사람이 내 의자를 툭툭 차는 것 같아서 영 기분이 별로다. 참고로 스파이더맨의 멋진 활강액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온몸을 의자에 툭 맡기는게 좋다.
◈ 미혼남 이명진의 감상평/전 편의 스파이더맨이 복장도 조금 어색하고 움직임이 불안해 보였다면 이번 편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의 삶에 완전히 적응해 이제 쫄쫄이옷의 완전한 주인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시민들과 재치 있게 농담을 주고받고 소방관 옷을 입고 물을 뿌리는 그의 모습으로 친숙함이 상승한다.
이번 시리즈에는 3가지 볼거리가 있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리얼하고 에너지 넘치는 액션신, 여자친구 그웬(엠마 스톤)과의 달달하고 풋풋한 로맨스 그리고 다양한 악당들이다. 유려해진 활강 액션 신은 손에 땀이 날 정도다. 에너지 넘치는 빠른 속도와 느린 장면들이 연달아 반복되면서 더욱 긴장감 넘친다.
그웬과의 밀고 당기는 풋풋한 로맨스는 두 배우가 실제 커플이어서 그런지 스킨십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웬을 위한 수줍은 이벤트인 다리 사이에 거미줄로 'I LOVE YOU'라고 쓴 장면에서는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악당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일렉트로(제이미 폭스)가 시원시원하게 전기를 쏘아대며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장면, 피터 파커의 친구였던 해리(데인 드한)가 고블린으로 변해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장면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코뿔소 악당은 다음 편을 위한 보너스다.
◈ 아줌마 신진아의 감상평/솔직히 1편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과 다를 게 없어서 도대체 왜 이 시리즈를 만들었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스파이더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저 상술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속편은 전편의 불신을 말끔히 날린다. 토비 맥과이어와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자리잡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악당 일렉트로의 등장, 그리고 전편에 비해 보다 스펙터클해진 액션신과 '500일의 썸머'에서 증명한 감독의 장기인 두 남녀의 로맨스까지 홍보문구 그대로 전편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속편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보도스틸
초반에는 성실하고 진지한 맥콰이어와 달리 가필드의 촐삭대는 행동이 마치 '영웅놀이'를 하는 것처럼 다가와 너무나 가볍다는 생각에 세대차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서서히 가필드의 캐릭터에 동화돼 후반부 고블린의 공격에 건물바닥을 뒹굴며 "괜찮아, 근육이 좀 찢어지고, 내장이 터진 것뿐"이라고 말할 때는 멋지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웬의 캐릭터가 악당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기존의 여주인공과 달리 적극적이라는 점도 요즘 세대에 어필할 것 같다. 남자친구 피터보다 더 똑똑하고 영특한 그녀는 전편에서처럼 이번에도 위기의 순간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마크 웹 감독은 비단 두 남녀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죽은 여자 친구 아버지의 영혼을 보면서 갈등하는 파커의 내면이나 거울을 보며 스파이더맨과 대화를 나누는 외톨이 전기 엔지니어 맥스(일렉트로)의 심리도 잘 드러낸다.
웹 감독은 앞서 "1편에서 해본 액션 연출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는데, 그의 자신감이 이 영화의 대표적 볼거리인 타임스퀘어 정전이나 일렉트로와 스파이더맨의 격투신 등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